대전시 중구의 한 다세대주택 현관에 설치된 도어락 옆 벽면에 비밀번호가 쓰여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대전시 중구의 한 다세대주택 현관에 설치된 도어락 옆 벽면에 비밀번호가 쓰여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대전지역 주택가 빌라 현관에 설치된 도어락 비밀번호가 무방비로 노출돼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하는 기능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업체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노출된 비밀번호는 자칫 주거침입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대전시 중구의 한 다세대주택 원룸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배달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다 이상한 일을 겪었다. 음식을 배달해온 배달원이 도어락이 설치된 건물 현관에서 문을 열어달라는 호출 없이 곧바로 A씨가 거주하는 원룸 앞까지 당도해 초인종을 누른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배달원은 A씨가 거주하는 다세대주택의 현관 도어락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 비밀번호는 도어락 바로 옆 벽면에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A씨는 "얼마 전 신림동 주거침입 사건이 있고 나서 혼자 사는 사람으로서 불안한 상황에서 현관 도어락 비밀번호까지 공유된다고 하니 더욱 불안하다"고 말했다.

A씨의 사례처럼 원룸촌 건물 1층 현관에 설치된 대부분의 도어락 비밀번호는 배달업체 직원들에 의해 공유되고 있다. 해당 건물에 처음 배달을 간 직원도 현관에 설치된 도어락 인근 벽면을 유심히 살펴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출입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요즘 지어진 건물들은 보안을 위해 대부분 1층 현관에 도어락이 설치돼 있다"며 "배달업체 직원들이 출입 편의를 위해 매직이나 네임팬 등으로 도어락 벽면에 비밀번호를 적어두고 다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도어락 비밀번호 노출에 거주자들은 주거침입과 성폭력 등의 범죄를 우려하며 불안해하고 있다.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대전지역에서 발생한 주거침입절도는 총 913건으로 2016년 383건, 2017년 285건, 지난해 245건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대전지역 주거침입 성범죄도 최근 3년 동안 20건이 발생했다.

특히 `2018 대전의 사회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대전은 1인 가구 비율이 31.5%로 8개 특광역시 중 가장 높아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원룸 보안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보안 강화를 위해 비밀번호를 수시로 바꾸는 등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경찰 관계자는 "건물 현관의 비밀번호가 공공연히 공유되는 것은 주거침입 등에 대한 일종의 안전불감증"이라며 "1차적으로 배달원들이 비밀번호를 노출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건물 관리인 입장에서도 수시로 도어락 비밀번호를 바꿔 보안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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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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