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나무 구제역으로 불리는 과수화상병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사과 주산지인 충북 충주지역에서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어 과수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 병에 걸리면 가축을 매몰하는 것처럼 나무를 뿌리 채 뽑아 땅속에 묻어야 해 농가들의 울상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려되는 것은 충청권 사과산업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는 게 아니냐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발생한 것만 보더라도 피해규모가 심각하다. 충주시 41곳(26.6㏊), 제천시 19곳(14.3㏊), 음성군 2곳(1.0㏊) 등 모두 62곳의 과수원에서 이 병이 생겨 피해가 가장 컸던 지난해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문제는 아직도 의심신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어제만도 충북 도내에서 7건의 의심 신고가 접수돼 정밀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니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러 다간 충북의 과수 생산기반이 무너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지난 17일에도 충남 천안의 5곳의 배나무 과수원에서도 과수화상병 확진 결과가 나면서 충남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확진 과수원에 대해선 폐원 조치하고 확산 방지를 위해 4000ha의 과수원을 대상으로 2차 조사에 들어간 모양인데 발병되는 게 아닌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불에 탄 것처럼 나무를 말려 죽이는 이 병은 꿀벌이나 바람에 의해 전파되지만 작업 도구를 통해서도 전염되기 때문에 소독을 철저히 해 병원균의 이동을 막는 것도 한 방법이다. 병을 치료할 살균제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적기에 사전 예방하는 길 밖에 없다. 주로 배와 사과나무에 발생한다는 점에서 배는 꽃이 피기 전에, 사과는 새 가지가 나오기 전에 약제를 뿌려 예방하는 수밖에 없다. 과수원이 폐원되고 과일을 다시 생산하기까지는 10년 이상 소요된다. 보상도 나뭇값과 3년치 손실 보상이 전부라고 하니 농가 손실 보전책이 필요하다. 발병 원인 규명과 근원적인 방제 대책도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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