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 점포 수 절반 가량, 손님도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지자체 지원 전무

19일 오전 대전 중구 문창동 오토바이특화거리에 차량들이 늘어서 있다. 이곳은 과거 20여 곳의 오토바이 매장이 자리했지만, 현재는 절반 수준인 10여 곳의 매장만이 영업 중이었다. 사진 =이영환 기자
19일 오전 대전 중구 문창동 오토바이특화거리에 차량들이 늘어서 있다. 이곳은 과거 20여 곳의 오토바이 매장이 자리했지만, 현재는 절반 수준인 10여 곳의 매장만이 영업 중이었다. 사진 =이영환 기자
"저기? 이제는 썰렁하지. 계속 폐업하잖아"

19일 오전 대전 중구 문창동 오토바이 특화거리 입구에서 만난 한 주민은 특화거리를 손으로 가리키며 이내 혀를 찼다.

입구에 세워진 아치형 조형물은 녹이 슨 채 특화거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마저도 없었다면 이 곳이 특화거리인지 알 길이 없었다. 썰렁한 거리에 들어섰다.

조형물 기준 400m 내 40여 곳의 가게 중 오토바이 판매점·수리점은 13곳에 불과했다. 심지어 오토바이 매장 사이에는 주점, 의류점 등이 껴 있는 탓에 오토바이를 전문으로 다루는 특화거리라고 생각하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오전 11시가 넘도록 문을 열지 않은 매장도 더러 있었다.

이점석 오토바이거리 번영회장은 "오토바이 거리가 처음 생겼던 1998년대엔 손님이 들끓었다"며 "그땐 고객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는데, 지금은 일일이 셀 수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이어 "인터넷 거래가 활발해진 2000년도 초반 상권이 쇠락하기 시작해 매장도 20여 곳에서 10여 곳으로 절반 가량 줄었다"고 설명했다.

상권이 쇠락한 특화거리는 비단 오토바이 특화거리뿐만이 아니었다.

발길을 옮겨 찾은 동구 한의약 특화거리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한의약 특화거리에는 일부 남아 있는 한의원·약방과 함께 성인 PC방, 모텔 등 숙박업소가 뒤섞여 고유의 색을 잃고 있었다. 특화거리 내 30여 곳의 매장 중 한의원과 약방은 9곳에 불과했다. 한의원이나 약방에서 풍겨나는 한약 특유의 냄새보다 음식점의 냄새가 특화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40년 간 약방을 운영한 이현주 경동건재약방 대표는 "2000년대까지는 사람도 많고 북적였는데, 경기가 어려워지고 매장이 하나 둘 줄며 상권이 쇠락했다"며 "빈 가게가 채워지지 않는 이유는 결국 경기가 어렵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동구 중동 건어물 특화거리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건어물 특화거리를 알리는 조형물에서 건어물 도매시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의 가게 8곳 중 3곳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옆 가게의 창고로 활용되고 있었다. 도매시장마저도 한산했다. 시장 내 점포 10곳이 공실이었다. 손님으로 붐벼야 할 오후 2시쯤 건어물 도매시장엔 단 1명의 손님도 없었고, 진열된 상품엔 먼지만 쌓여가고 있었다.

도매시장 상인 김모(60)씨는 "소매가 잘 돼야 도매도 잘 되는 것인데, 과거와 달리 손님이 10분의 1로 줄었다"고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대전의 특화거리는 총 17곳이다. 과거 특화거리였다가 상점가로 지정된 7곳을 포함하면 총 24곳이다. 중구가 특화거리 5곳, 상점가 3곳 등 8곳으로 가장 많았고, 동구 6곳, 대덕구 5곳, 서구 4곳, 유성구 1곳 순이었다. 특화거리는 대부분 1990년 말, 2000년 대 초 지정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고안한 일종의 `마케팅전략`이다. 또 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었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현재 대전의 특화거리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일부 점포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상인들은 대전시나 자치구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 특화거리라고 지정만 됐을 뿐 사후 관리가 이어지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40년 간 건어물 장사를 해온 이종한 한성상회 사장은 "건어물 특화거리가 말로만 특화거리지, 자치구에서 도움을 주지 않는다"며 "힘들다는 건 아는데, 일반 재래시장만 지원해주지 말고 영세한 우리도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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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대전 동구 정동 한의약특화거리에 썰렁함이 감돌고 있다. 한의원·약방 사이로 숙박업소가 뒤섞여 한의약특화거리의 색깔을 잃어가고 있었다. 사진 =이영환 기자
19일 오전 대전 동구 정동 한의약특화거리에 썰렁함이 감돌고 있다. 한의원·약방 사이로 숙박업소가 뒤섞여 한의약특화거리의 색깔을 잃어가고 있었다. 사진 =이영환 기자
19일 오후 2시쯤 찾은 대전 동구 중동 건어물특화거리 도매시장은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사진 =이영환 기자
19일 오후 2시쯤 찾은 대전 동구 중동 건어물특화거리 도매시장은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사진 =이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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