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과 경찰의 동해안 경계태세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지난 15일 강원도 삼척항에 정박한 북한 어선을 전혀 탐지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항구에 진입하기 앞서 북한 어선은 우리 군의 작전 책임구역인 동해상에서 3일 동안이나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북한 어선은 아무런 제지 없이 삼척항에 정박했고 산책 나온 주민이 발견해 112에 신고할 때까지 군과 해경은 관련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것이다. 북한군 병사가 우리 측 GP창문을 두드려 귀순의사를 밝힐 때까지 아무도 몰랐던 `노크귀순` 사례가 있었지만 이처럼 후방까지 맥없이 뚫린 것은 여간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동해안은 육군과 해군, 해경이 3중으로 경계작전을 펼치고 있는 곳이다. 소형 북한 어선이 이 같은 감시망을 뚫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 국방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다. 군 당국은 감시장비를 탓하고 있는 모양인데 군 기강이 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책임을 면하기 위해 사건을 축소하거나 거짓 발표한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다. 당초 군은 해상이나 해안 경계작전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해안 감시레이더에 북한 어선이 포착 됐는데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 "동해상이 워낙 넓은 지역이어서 감시 정찰 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밝힌 모양이다. 이해는 가지만 군의 해상 해안 경계작전이 실패한 건 부인할 수 없다. 더구나 5월 말 이후 북한 어선의 조업활동이 늘어났다는 이유로 군 당국이 경계를 강화한 상태다. 북한 어선이 삼척항에 접근할 때 경비함 여러 척이 작전 중이었고 초계기와 해상작전헬기 등도 정상적으로 초계활동을 펼쳤다고 한다. 그런데도 탐지를 하지못한 점은 그 어떤 변명을 한다 해도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가 없다. 유사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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