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은 늦은 시간까지 많은 이들이 뜬눈으로 밤을 보냈을 것이다. 20세 이하 남자 월드컵 결승전이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서 펼쳐졌다. 역대 최고 성적을 기대하며 우승을 바라보는 이들의 열정에 늦은 밤에도 공기는 뜨거웠다. 대전에서도 중앙로 길거리 응원을 비롯해 대형 TV가 있는 음식점은 예약을 받을 정도로 젊은 태극전사들을 힘 모아 응원하고 있었다. 이러한 운동 경기의 중계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노라면 또 하나의 고민이 밀려온다. 어느 방송사의 중계가 현지의 상황을 잘 전달해 줄 수 있을지 선택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잘 전달한다는 것`에는 현장의 생동감을 전달하는 목소리와 적절한 어휘 구사에 무게를 둔다.

우리나라의 지상파 3사는 각 종목의 운동 경기마다 중계를 담당하는 전문 위원들을 둔다. 전반적인 진행은 대개 각 방송사의 아나운서가 맡고, 이를 도와 경기의 전문적인 면을 짚어줄 해설자를 함께 둔다. 최근 방송사들은 중계 환경에 변화를 주는 듯하다. 이전 중계 모습이 다소 경직되었다고 한다면, 최근에는 가벼운 농담도 나눌 정도로 비교적 유연한 모습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이러한 환경에 어울릴 만한 해설자들을 섭외하기 위해 노력한다. 한 방송국의 안정환 해설 위원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안정환은 현역에서 은퇴한 뒤로 각종 방송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유쾌함과 까칠함을 넘나드는 특유의 성격과 재치있는 입담을 내세워 방송인으로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방송인으로서의 모습과 현역 시절 최고 선수였던 그를 한 방송사에서는 해설 위원으로 택했다.

이처럼 선수 출신의 해설자를 방송에서 볼 수 있는 이유는 각 방송사의 시청률 욕심과도 연결된다. 한 방송사의 배성재 아나운서가 진중한 진행 속에서 무심하게 내뱉는 재담으로 중계한 내용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시기를 즈음하여 각 방송사에서는 중계진의 태도를 유연하게 가져가면서 중계방송의 변화를 꾀했다. 이를 위해 일부 방송사는 중계진을 교체하기도 했으며, 그 과정에서 전문적인 진행자 외에 다양한 요소로 중계를 도울 해설진을 꾸리며 시청률 상승을 꾀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도전(?)적인 시도가 때로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1인 방송을 운영하는 한 인물을 `디지털 해설 위원`이라는 자리로 위촉하면서 이목을 모았다. 그러나 한 지상파 중계에서 객원 해설 위원으로 자리하면서 중계 흐름을 못 따라가고, 발언 수위를 조절하지 못하였다는 등의 논란이 이어지면서 결국 지상파 방송은 하지 않겠다는 사과로 이어졌다. 또 올림픽을 중계한 한 방송사의 해설 위원은 지나치게 흥분한 목소리와 욕설에 가까운 언사로 `막말논란`에 오르기도 했다.

타 방송사들과 동시에 한 경기를 중계하면서 시청률 경쟁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청률만을 고집한다면 이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일화를 통해 경험했다. 중계방송의 본질은 `잘 전달하는 것`이다. 최근 운동 경기의 중계는 현장의 느낌을 최대한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다. 이전보다 촬영을 다각도로 하고, 현장의 소리를 더 좋은 음향으로 전달하는 등 방송 기술 측면에서의 노력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말의 기술은 어떠한가. 개인적으로 최근의 중계방송 진행이 이전의 방송보다 더욱 현장감 있게 전달하고, 경험에 비춘 전술이나 경기의 흐름 등을 재치있는 입담에 잘 실어낸다고 본다. 다만 현장감 있는 것과 절제되지 못한 흥분은 다르며, 재치있다는 것의 선은 지켜내야 할 것이다. 전문적인 언어 기술이 필요한 자리를 화제성만 의식해 채운다면 4차 산업 기술로 발전한 방송 기술이 민망해질 것이다. 난해하고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이는 피카소의 그림도 기본적인 그림 기법이 완성된 후에야 가능한 것이었음을 새길 필요가 있다. 박원호 한남대 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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