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허태정호(號)의 1년 항해는 밋밋했다. 허 시장이 첫 항해 때 가는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그대로였다. 너무 일찍 폭풍우(갈등)를 만나고 암초(혼란)를 만났다. 1년 내내 갈등과 혼란으로 점철된 시기였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끊이지 않은 갈등과 혼란은 그의 소통 부재의 결과물이다. 소통의 부재는 다른 조직과의 불통으로 이어지면서 추진하던 사업마다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거나 혹독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했다.

허 시장은 후보 시절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을 강조했지만 시정을 이끌면선 주민 공감을 형성하는 소통 행정의 첫걸음을 제대로 띠지 못했다는 평이다. 대전 평촌산단 LNG발전소 건립 백지화가 대표적이다. 1조 8000억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환경단체와 주민 반발에 밀려 스스로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시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부족했다"며 건설계획 3개월 만에 결국 손을 들었다. 소통 행정 부재에서 오는 뼈아픈 교훈이다.

시정을 운영하다 보면 시장의 결단력이 반드시 요구되는 때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갈등을 부추겨 행정력을 낭비하기 십상이다. 베이스볼드림파크 위치 선정이 꼭 그렇다. 허 시장은 후보 시절 중구 한밭종합운동장에 새 야구장을 짓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래 놓고 입지선정 용역을 추진해 4개 차지구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만 했다. 삭발과 단식이 잇따랐지만 결국은 자신의 공약대로 한밭운동장으로 최종 입지가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행정력이 낭비됐다는 지적과 함께 과열 경쟁을 유발했다는 비난이 따랐다.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도 지역사회 혼란을 부추긴 격이다.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도입한 공론화가 오히려 양측의 반발 수위를 높인 꼴이 되다시피 했다.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공론화위의 당초 결과대로 부결되긴 했지만 민민갈등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허 시장의 갈등관리 능력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그가 그렇게 강조한 논의나 합의 과정이 무시되고 오로지 시장의 선택으로만 결정되면서 비난의 화살을 받은 것이다. 혁신도시 문제만 보더라도 그렇다. 충남도와 달리 어느 것 하나 진척 없이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족하다. 언제까지 세종시로 인한 상생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는 논리 개발에만 매달릴 것인지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러니 팔짱만 끼고 있다는 소릴 들을 만하다.

이렇다 보니 그의 시정 직무수행 역시 저평가로 이어진 건 당연지사다. 한 여론조사에서 직무수행을 `잘한다`는 긍정평가가 절반에도 못 미치는 42.2%로 나와 전국 17개 시도 중 15위를 기록하는 수치스러운 결과를 받아야만 했다. 작년 7월부터 매달 진행되는 조사 내내 허 시장은 40%를 약간 웃도는 지지도를 보여 13-16위 수준에 그친 것이다. 그가 속한 정당에서조차 갈등관리 능력과 리더십 부재를 지적했을 정도였으니 오죽했겠나 싶다. 그나마 오랜 기간 표류해온 도시철도 2호선(트램)이나 어린이재활병원 같은 현안 사업이 정상 추진된 점은 성과로 여겨진다.

1년을 되돌아본 허 시장도 가장 아쉬운 점으로 `갈등관리 부족`을 꼽은 모양이다. 자신이 분명한 태도를 보여 갈등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지 못한 게 아쉽고 가슴 아프다고까지 했다고 한다. 사방에서 대전의 위기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여론조사에서 `대전을 위기라고 보는 것에 동의한다`고 답한 시민이 65.2%로 나온 점은 심상치 않다. 그렇다면 민선 7기 2년 차에 해야 할 일은 분명해졌다. 그는 시민이 주인 되는 `시민주권시대`를 선언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시민이 더 참여하고, 시민 의견이 더 잘 수용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더불어 허 시장의 강단 있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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