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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훈 칼럼] 가마우지 경제

2019-07-11기사 편집 2019-07-10 18: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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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우지 낚시라는 게 있다. 가마우지란 새의 목 부분을 조여 묶어 물고기를 잡아도 삼키지 못하게 한 뒤 가로채는 방법이다. 지금도 중국과 일본의 일부 지방에서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마우지에게 주는 먹이를 최소화 하는 것이다. 너무 자주 주거나 많이 주면 배 부른 가마우지가 고기를 잡지 않기 때문이다. 가마우지는 어부가 주는 적당한(?) 먹이로 인해 도망가지도 않고 고기잡이에 집중을 하게 된다.

일부 학자들은 한국 경제를 빗대 '가마우지 경제'라 일컫고 있다. 가마우지 경제는 한국이 많은 완성품을 수출하고 있지만 부품이나 소재 등을 상당수 일본에서 수입하는 구조로 인해 실질적인 이익을 대부분 일본에 뺏기는 상황을 가마우지에 비유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일본이 어부고 한국은 가마우지라는 얘기다.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한국을 감안한다면 지나친 비유라고 할 수도 있다. 알다시피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1인당 국민소득도 3만 달러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여전히 핵심 기술이나 부품은 일본 의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마우지 경제라는 말이 맥락 없이 나온 건 아니다.

일본이 지난 4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3가지 핵심 부품에 대한 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발동했다. 아베 총리가 이런저런 이유를 둘러대고 있지만 결국은 정치·외교 불만에 대한 치졸한 경제보복이다. 다른 나라는 물론 일본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도 아베는 '마이웨이'다. 비상이 걸린 것은 우리 기업과 정부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서 부품을 공급받지 못하면 제품생산은 물론 수출도 하지 못할 판이다. 규제대상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는 세계 생산량의 90%, 에칭가스는 약 70%를 일본이 점유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려고 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이 민망하다.

정부는 "일본이 가장 아픈 곳을 콕 집어 경제보복을 했다"며 심각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대체불가한 일본산 핵심부품은 이뿐만이 아니다. 수소차, 배터리, 석유화학 등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지난해 수입한 정보통신, 신산업 관련 소재·부품 가운데 일본 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만 24개라고 한다. 일본은 이들 품목에 대해서도 수출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베 총리가 "아시아 국가 중 한국에만 특혜를 주고 있는데 이번에 이를 없애려는 것"이라고 한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이번 보복조치가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음이다.

근원은 우리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그런데도 수출품의 핵심부품 대외의존도가 유난히 높고 상당수가 일본산이다. 수입대체도 불가능하다. 일본이 기침을 하면 몸살을 앓는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다. 지난해 우리의 무역흑자가 82조 원이었지만 대일 적자만 28조 원이다. 전 세계를 상대로 힘들게 벌어 일본에 퍼준 꼴이다. 한국은 1965년 수교이후 단 한 차례도 빼놓지 않고 매년 대일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54년간 쌓인 적자액만 708조 원이나 된다.

정부와 기업총수들이 회동을 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이재용 삼성 회장은 일본으로 날아가 고군분투하는 모양이다. 그동안 경고음이 있었느니 없었느니 지금 따질 일도 아니다. 발등의 불부터 끄는 게 급선무다. 외교력을 동원하고 정상회담을 해서라도 위기를 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이 중요하다. 주요 수출품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지금과 같은 경제치욕을 막을 수 있다. 탈(脫)일본을 하지 못한다면 가마우지 신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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