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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이야기] 언어유희와 한글파괴 그 경계에 서서

2019-07-11기사 편집 2019-07-11 09: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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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여름 날씨가 느껴지는 요즘, 이곳저곳에서 여름휴가 계획이 들려온다. 필자 역시 최근 바쁜 일들을 마무리하고 나니 나무 그늘이 아래에서 물놀이가 하고 싶어졌다. 더 바쁜 일이 밀려오기 전에 지인 몇 명을 강제로 동원하여 근처 계곡으로 떠나기로 했다. 여행의 시작은 장보기부터라 했던가.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더하는데, 한 친구가 비빔면 말고 '네넴띤'으로 사란다. 비빔면으로 유명한 회사에서 제품 출시 35주년을 기념하여 이른바 '야민정음'을 활용하여 한정판으로 내놓았단다.

필자는 언어유희에 꽤 관대한 입장이다. 지인들에게 진지하다고 뭇매를 맞는 것이 두려워 이러한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조금 더 기발한 언어유희를 고민하며 '아재'라고 불리는 것을 즐긴다. 이렇듯 필자는 언어유희에 호의적인 입장이다. 언어유희는 꽤 많은 곳에서 볼 수 있다. 대전의 대여식 자전거를 '타슈'라 지음은 대표적인 언어유희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삼겹살집을 '먹으면 돼지', 족발집을 '족과의 동침'으로 이름 지은 곳들을 보면 내심 그 언어유희 능력이 부럽기도 하다.

그러나 강제로 우리 문자의 모습을 바꾸고 언어유희로 바라보는 '야민정음'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한다. 이러한 현상은 '언어적' 측면에서 보는 것과 '유희적' 측면에서 보는 것에 따라 입장이 갈릴 수 있을 것이다. 전자는 우리의 말과 글을 기본 재료로 두고 있는 것이므로 언어의 규범 안에서 유희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울 수 있다. 이와는 다르게 후자는 놀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므로 언어 규범을 잣대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입장을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

두 입장이 쉽게 좁혀지기는 힘들 것이다. 야민정음이라고 하는 것에도 나름의 창조적 놀이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문규범을 간과한 채 유희성만 강조된 은어들이 공공연하게 노출된다면 갈수록 언어생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고민도 들어줘야 할 것이다. 이처럼 다양하게 변하는 언어 실태의 논점을 두고 언어유희와 한글파괴의 선은 쉽게 긋는 것은 힘들 것이다. 그러나 '야민정음'을 활용한 마케팅이 해독 수준이라 피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보면, 적어도 의사소통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박원호 한남대 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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