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언어유희에 꽤 관대한 입장이다. 지인들에게 진지하다고 뭇매를 맞는 것이 두려워 이러한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조금 더 기발한 언어유희를 고민하며 `아재`라고 불리는 것을 즐긴다. 이렇듯 필자는 언어유희에 호의적인 입장이다. 언어유희는 꽤 많은 곳에서 볼 수 있다. 대전의 대여식 자전거를 `타슈`라 지음은 대표적인 언어유희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삼겹살집을 `먹으면 돼지`, 족발집을 `족과의 동침`으로 이름 지은 곳들을 보면 내심 그 언어유희 능력이 부럽기도 하다.
그러나 강제로 우리 문자의 모습을 바꾸고 언어유희로 바라보는 `야민정음`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한다. 이러한 현상은 `언어적` 측면에서 보는 것과 `유희적` 측면에서 보는 것에 따라 입장이 갈릴 수 있을 것이다. 전자는 우리의 말과 글을 기본 재료로 두고 있는 것이므로 언어의 규범 안에서 유희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울 수 있다. 이와는 다르게 후자는 놀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므로 언어 규범을 잣대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입장을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
두 입장이 쉽게 좁혀지기는 힘들 것이다. 야민정음이라고 하는 것에도 나름의 창조적 놀이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문규범을 간과한 채 유희성만 강조된 은어들이 공공연하게 노출된다면 갈수록 언어생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고민도 들어줘야 할 것이다. 이처럼 다양하게 변하는 언어 실태의 논점을 두고 언어유희와 한글파괴의 선은 쉽게 긋는 것은 힘들 것이다. 그러나 `야민정음`을 활용한 마케팅이 해독 수준이라 피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보면, 적어도 의사소통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박원호 한남대 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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