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여의도 1시간의 꿈 무너져...원안대로 신안산선과 직접 연결을

서해선 복선전철은 충남 서북권 주민들에게는 꿈과 희망이나 다름 없었다. 충남 수부도시로 불리는 홍성군의 용봉산에서 충남도청 쪽을 바라보면 멀리 예당평야를 가로지르는 서해선이 보인다. 서해선은 교각 공사를 거의 마무리 지었고 상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홍성군민들은 지난 수년동안 서해선 기차를 타면 서울까지 1시간만에 갈 수 있다는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었다.

서해선은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총 사업비 3조 8280억 원을 투입해 충남 홍성에서 경기도 송산까지 90㎞ 구간을 복선으로 건설하는 사업이다. 서해선은 기존의 새마을호에 비해 속도가 1.6배 빠른 시속 250km급 고속 전철(EMU-250)이 운행된다. 이 사업의 포인트는 홍성에서 여의도까지 1시간 내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서해선 착공 당시 국토교통부는 홍성-여의도 간 신안산선과 연계해 7개 역 정차시 57분이 소요된다고 발표했다. 또 신군산-홍성-여의도 구간은 9개 역 정차시 85분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서해선 기공식에서는 당시 국토교통부장관 등 정관계 인사와 지역주민 1000여 명이 참석해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서해선은 그날 이후 충남 서북권 지역민들의 기대와 희망이었다. 서해선은 홍성군이 군정을 홍보할 때도 단골메뉴가 됐다. 서해선이 개통되면 관광객이 늘어나고, 수도권 기업유치도 용이하다. 서해선이 개통되면 퇴근 후에 홍대 앞 공연을 보러 간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요 며칠 새 홍성지역은 발칵 뒤집혔다. 서해선이 개통돼도 서울까지 1시간 안에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홍성-서울간 직행이 아닌 환승으로 철도운행계획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환승으로 인한 불편도 불편이거니와 그 바람에 `1시간의 꿈`이 무너지게 됐다. 이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가 뒤늦게 알게 된 충남 서북권 주민들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국토부는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국토부는 서해선 착공 당시 언급한 `연계`라는 표현을 `환승`이라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홍성군의회의가 현황 파악을 위해 방문한 자리에서 당초에도 서해선과 신안산선은 직결이 아닌 환승으로 여의도까지 57분만에 갈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가당치도 않는 견강부회(牽强附會)식 해석과 우롱에 더 마음이 상한다.

국토부는 지난 2015년 서해선 착공식 이후 수 년간 환승이란 용어를 단 한번도 쓴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슬그머니 철도운행계획을 변경한 뒤 당초 계획도 환승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국토부의 해석대로 당초 계획이 환승이었다면 홍성에서 여의도까지 57분 내 주파가 불가능하고, 반대로 57분 내 가려면 환승을 통해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래저래 국토부의 변명은 궁색하고 앞뒤가 맞지 않다. 그래서 서해선 착공당시 밝힌 신안산선 연계라는 표현은 당연히 직접 연결한다는 의미로 봐야 맞다.

국토부는 또한 서해선 계획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일언반구의 설명도 없었다. 대규모 국책사업의 철도운행계획이 변경됐다면 사업계획 변경 공고를 하든지 아니면 공청회를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설명하는 절차를 밟는 게 마땅하다. 그저 `연계`라는 표현을 `환승`에 대한 개념이었던 것처럼 우긴다고 될 일이 아니다. 서해선과 신안산선은 환승하지 않아도 기술적으로 충분히 직접 연결이 가능하다. 서해선 열차가 직접 신안산선으로 진입하기 위한 시설개선비용은 고작 800억 원 가량이 든다. 신안산선 총 공사비가 4조 7241억인 점을 감안할 때 이 비용은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하다.

그럼 국토부가 원안을 포기하고 상식에 맞지 않는 큰 일을 벌인 이면에는 무엇이 있을까. 경제성이 낮은 신안산선 민자사업의 수익성을 높여주기 위해 당초 계획을 무리하게 변경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결국 수도권 주민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 충남 서북권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한 셈이 됐다. 은현탁<충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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