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미술관의 소장작품 선정 과정이 `주먹구구식`이라는 시감사위원회 지적에도 불구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대전시립미술관에 따르면 매년 소장작품 수집계획을 수립하고 그 방향성에 맞는 작품을 구입해 오고 있다. 학예연구실장과 학예연구사가 1차적으로 추천하고 이 추천작품 중에서 관장과 학예연구실장이 2차 추천하는 작품에 한해 작품수집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시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9월 종합감사에서 시립미술관의 주먹구구식 미술 소장작품 수집 과정을 지적했다. 감사위는 시립미술관이 소장작품을 구입할 때 시도 미술관처럼 외부전문가를 참여시키거나 공모를 진행하는 등 절차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2015년부터 소장작품 수집 방향이 `작품 수(數)의 확보`에서 `명품 확보`라는 방향으로 변경됐음에도 수집 계획에 반영하지 않은 채 해외 작품 3점을 구입한 점도 지적했다. 시 감사위는 당시 "어느 특정 작품이 수장 가치가 있는가를 몇 명의 내부직원에 의해 제안 및 결정될 경우 수장작품 선정에 대한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고 소수의 편협한 의견에 따라 작품 선정이 좌우될 수 있다"며 작품 수집 채널 다양화와 투명성 강화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전시립미술관은 조례 개정을 통해 작품 심의 과정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기로 했다. 지난 3월 입법예고를 거쳐 이달부터 시행되는 `대전시립미술관조례`에 따르면 기존의 `작품수집심의위원회`를 `작품평가위원회`와 `작품가격평가위원회`로 세분화 했는데, 위원 수는 각각 7명 이내, 5명 이내다. 이는 30-50명의 외부위원을 두고 있는 타 미술관과 비교할 때 규모가 턱없이 작아 공정성을 제대로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립미술관은 여전히 공모제를 도입하지 않는 등 감사위의 개선 요구를 일부만 이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소장작품 구입 과정에서 공모를 시행하는 등 새로운 시도 없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신생 미술관들을 중심으로 소장작품 구입 과정에 공모제를 적극 도입하고 있으며, 해외 미술관들은 신문에 기고해 소장작품을 추천받는 등 작품 제안 및 추천채널을 확대하는 추세다. 제주도립미술관은 올해 작품 매매를 희망하는 작가, 개인 소장가, 사업자로 등록된 화랑 등을 대상으로 국내외 작가 작품 공모를 받고 있다. 공정성을 강화하고 다양한 소장 작품을 구입하기 위한 것이다.

대전시립미술관 관계자는 "미술관들이 공모제를 도입한 시간이 5년 안쪽으로 짧아 장단점을 충분히 살펴보고 신중히 결정할 예정"이라며 "역사가 깊어 노선을 같이 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도 아직 공모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조수연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