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는 2년 전 `서울` 중심의 국정 운영을 `세종`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한 바 있다. 총리 취임 후 첫 출입기자단과의 상견례 자리에서다. 이 총리는 그동안 총리 일정이 일주일 중 5일은 서울에서, 2일은 세종에서 소화하는 이른바 `5강 2약` 현상이 고착돼 있는 걸 지적하면서 자신은 서울에서 4일을 보내면 적어도 세종에서는 3일 정도의 일정을 소화하겠다고 했다. 이른바 `서울 4, 세종 3` 근무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세종에서 좀 더 많이 머물려 하는 의중이 드러난다. 그러면서 서울에 있지 않아도 되는 부처를 세종으로 추가 이전하겠다고도 했다. 2년이 지난 지금 이 총리는 서울에 있지 않아도 되는 부처를 세종으로 옮기는 일은 실천했다. 논란이 많았던 행정안전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세종에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지키지 못한 게 하나 있다. 바로 `4(서울) 대 3(세종)` 근무원칙이다. 본인이야 약속을 지키고 싶었겠지만 국정 운영이란 게 만만하지 않아서 일 게다. 사실 행정수도를 만들겠다며 중앙부처를 세종으로 이전하고도 서울 중심의 국정 운영이 유지되면서 행정 비효율을 우려하는 지적이 계속됐다. 상호 유기적이어야 할 행정과 입법이 이원화돼 있는 탓 때문이다.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필요성이 나오는 이유다.

세종 공무원들의 출장이 거의 국회란 점만 보더라도 행정 비효율을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실제 총리실이 공무원의 출장 현황을 조사했더니 국회 출장 횟수가 전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세종으로 옮긴 후 정책과 행정의 품질이 떨어졌다거나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날이 일주일에 사흘도 안 된다고 한 사람도 꽤 달했다. 장차관의 세종 근무는 말할 것도 없다. 오죽했으면 대통령까지 나서 공직자들의 세종 근무를 독려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올 초 행안부 세종 이전 보고 자리에서 "각 부처 장차관들의 세종 근무 시간이 한 달 평균 나흘 정도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안다"며 서울 출장 자제령을 내렸다. 장차관들이 세종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업무시스템을 주문한 것이다.

하지만 장차관들의 서울행은 여전했다. 서울 출장 자제령에도 대부분의 시간을 세종이 아닌 서울에서 보낸 것이다. 총리와 장관들의 세종청사 근무현황을 보면 총리는 170일(46.8%)을 서울에서 근무했고, 세종에서는 131일(36.1%)을 지냈다. 장관들의 세종 근무 성적이 형편없기는 마찬가지다. 환경부, 산자부, 문체부 장관의 세종 근무는 30%를 밑돌고 기재부와 보건복지부, 교육부 장관은 아예 공개 자체를 꺼린 걸로 봐선 이들의 세종 근무 현황을 짐작케 하고도 남는다. 수억 원의 임대료를 준 장관들의 공관 역시 일주일에 이틀밖에 쓰지 않아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정부가 지난 5월 장차관의 서울 사무실을 폐쇄하는 강경책을 내놓은 것도 이들의 세종 근무를 안착시키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고쳐질지는 의문이다. 세종에 있는 11개 부처 가운데 서울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부처 7곳 중 부총리실이 있는 기재부와 교육부를 제외한 5곳이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런데 서울 업무를 줄이지 않고 업무 공간만 없애라는 방침에 해당 부처에선 불만이 나오는 모양이다. 서울 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회와 청와대 보고를 줄이지 않는 한 세종중심 근무 우선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세종시 안정 정착에도 장애가 된다. 세종이 명실상부한 행정의 중심이 되고 더 나아가 행정수도로 가기 위해서는 장차관들의 세종 근무가 활착 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여기에 부처를 총괄하는 이 총리가 취임 때 밝힌 근무원칙을 지키면 금상첨화가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국정 운영의 중심이 세종으로 쏠리리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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