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광역시 중 대전만 없어… 대전시도 시행 움직임 보이지만 의회 심사까지 관문 많아

대전에 거주중인 취업준비생 박 모(25)씨는 면접 전형에 응시할 때마다 골머리를 앓는다. 면접에 입고갈 정장을 구매하려면 비용이 수십만 원에 달하는 데다, 대여를 하려해도 5만-10만 원정도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박 씨는 "면접을 보려면 정장을 입어야 하는데, 구매하려니 부담이 큰 탓에 서류심사를 통과하더라도 답답함이 앞선다"며 "타 지역은 취준생을 위해 정장도 무료로 대여해준다는데 대전은 왜 이런 서비스가 없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전에 청년 구직자를 위한 면접의상대여서비스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지역 취업준비생들의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대전시는 최근 관련 정책 시행을 위한 긍정적인 검토에 돌입했지만, 서비스 시행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28일 시, 지역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일반 사설업체에서 정장 등 면접 의상을 대여할 경우 제품에 따라 정장 상·하의 비용만 5만-10만 원 내외다. 구두, 셔츠 등까지 대여하면 각각 1만 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붙게 된다. 대여기간에 따라 부과되는 금액도 다르다. 일명 `풀정장`을 2박 3일간 사설업체에서 대여할 경우 드는 비용은 최소 10만 원 선이다.

취업준비생들은 면접을 위해 지출해야 하는 10만 원 내외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입을 모았다. 수입이 부족한 상태에서 지출해야 하는 비용 자체도 부담스럽지만, 합격 또한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 유새롬(23)씨는 "취직 준비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정장 대여비까지 들어가 부담된다"며 "취업 최종 관문인 면접엔 정장이 필요한데, 시에서 빌려주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면접용 정장을 빌리러 왔다 가격을 듣고 도로 발걸음을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 대전의 한 정장 대여점의 경우 대여 비용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는 청년이 10명 중 2-3명 정도 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정장대여점 사장 박두용씨는 "한 번은 정장 빌릴 돈이 없어서 대여비 외상을 요청한 청년도 있었다. 면접은 봐야되는데 돈이 없으니까…"라며 "대여 가격을 듣고 발길을 돌린 청년고객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일자리 플랫폼 `잡아바`에 따르면 전국에서 면접의상대여서비스를 운영 중인 지자체는 20여 곳으로 대전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

서울은 지난 2016년 4월 정장 대여 서비스를 시작해 지난해 말 5만 6000여 명이 이용했고 이용자가 많아 창구를 기존 3곳에서 올 5곳으로 늘렸다. 대전과 인구 규모가 비슷한 광주는 지난 4월 대여 서비스를 시작해 3개월 만에 초기 목표의 35% 수준인 250여 명이 이용했다. 이밖에 대구·인천·부산도 서비스를 시행 중이며 그중 울산은 자치구인 중구에서 서비스 중이다. 전국 광역단체 중 면접의상대여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 않은 곳은 대전이 유일하다.

시도 급하게 면접 의상 대여 서비스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나섰다. 시는 최근 면접 의상 대여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파악하는 동시에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했다. 하지만 예산 확보를 위해 시민 설문조사와 관련 분과회의, 시의회를 통과해야 하는 등 거쳐야 할 절차가 다수 남아있는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주민참여예산 회의에서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 연간 2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400명에게 의상을 빌려줄 계획"이라며 "그러나 최종적으로 시 의회를 통과해야 하는 등 절차가 남아 올해 말쯤 돼야 시행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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