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올 9월 초까지 노동자 건강 보호 대책 실시

세종시 공사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종시 공사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연합뉴스]
"폭염에는 조금만 무리하면 `픽`하고 쓰러져요. 그런데 일이 밀려서 마음대로 쉬지도 못 해요. 눈치껏 담배 한 대 피우는 게 전부예요."

31일 대전 유성구 한 건설현장에서 만난 경력 13년 차 건설노동자 김 모(48)씨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푸념했다. 그의 작업복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규모가 큰 대기업 공사현장은 쉬는 시간이 되면 비상벨이 울린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같은 소규모 현장에서는 시원한 물이나 그늘도 기대하기 힘든데…." 이날 대전의 다른 공사현장에서 만난 홍 모(60)씨도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전국을 강타한 폭염에 옥외 노동자들 건강에 비상이 걸렸다. 고용노동부는 노동 현장 점검에 나섰지만 제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소규모 건설현장, 주차장 등은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대전지역 낮 최고기온은 33도로, 지난달 29일 폭염 경보에 이은 폭염 주의보가 발효 중이었다. 오후 3시쯤이 되자 `노인·건설현장·도로`의 더위체감지수는 30(매우 위험)이었다. 이는 폭염 속 온열질환 발생이 쉽기 때문에 `모든 야외 활동을 중단하라`는 의미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업종별 온열질환 산업재해 발생 현황`을 보면 최근 5년 간 건설업, 농업, 제조업 등에서 발생한 온열질환 사상자는 2014년 4명에서 매년 늘어 지난해 36명으로 5년 새 9배 증가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3일부터 9월 10일까지 `폭염 대비 노동자 건강보호 대책`을 시행 중이다. 건설·경비·청소업 등 옥외 작업 사업주에게 폭염 시 기본적인 안전보건 규칙인 `물·그늘·휴식 제공`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지키지 않은 사업주는 관련 법규에 따라 5년 이하 징역형과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폭염에 노출돼 있는 건 비단 소규모 건설 현장의 노동자뿐만이 아니었다.

노상 주차장 관리요원도 내리쬐는 볕을 그대로 받아내야 했다. 주차장 관리인에게 제공되는 간이 사무실에는 이렇다 할 냉방장치가 없어 폭염엔 그야말로 찜통이었다. 사설주차장은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노면에 놓인 작은 플라스틱 의자 1개가 전부였다.

서구 둔산동의 한 사설주차장 관리인 송 모(69)씨는 "마실 물은커녕 쉴 곳도 마땅치 않다. 쉬려면 주차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야 하는데, 차량이 계속 들어와 쉴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대전세종건설지부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책 마련을 요구할 방침이다.

민노총 건설지부 관계자는 "건설 현장은 철근과 알루미늄 등 철제 재료가 내뿜는 열기 때문에 기상청 예측 기온보다 훨씬 높다. 기온이 35도만 돼도 현장 온도는 40도에 육박할 때가 많다"며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 정부와 지자체에 휴식 시간 연장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지방노동청은 지속적인 감독과 계도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소규모 건설 현장과 주차장관리인까지 세부적으로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노동청 관계자는 "지난 6월 건강 보호 대책이 시행된 이후 한 달간 홍보 기간을 거쳐 이달 건설 현장 방문에 나서 총 31곳을 둘러봤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라며 "계도 후 지속적으로 위반하는 사업주에 대해선 관련 처벌 조항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대욱·천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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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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