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어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내렸다. 미 기준금리 인하는 10년 8개월 만에 단행된 것으로 전 세계의 통화정책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고 할 수 있다. 금리인하는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쓰는 카드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사정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실업률은 50년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뉴욕 증시는 연이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이 금리를 내린 것은 향후 경기둔화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성장과 무역의 불확실성을 거론하면서 `보험적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경기의 확장기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금리를 내렸다는 얘기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예상을 깨고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했다. 미국과 같은 기조이긴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다. 올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보다 크게 밑도는데다 수출과 투자, 내수 등 3박자가 모두 부진한 상황이다.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한 인하가 아니라 경기가 나빠졌기 때문에 내린 것이다. 금리인하 이후에도 각종 경제지표가 하나같이 우울하다. 6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생산은 두 달 연속 줄고 소비도 감소로 돌아섰다. 제조업 생산은 6개월째 마이너스다. 어제 집계한 7월 수출통계도 전달보다 11%나 줄었다.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좋다는 게 없다. 그렇다고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경제보복 등 대외여건이 개선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가뜩이나 국내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하로 우리 경제에 영향은 없는지 걱정이 된다. 미국이 금리를 인하한 만큼 다른 나라들은 수출지원을 위해 자국의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낮출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로선 적잖은 타격이 우려된다. 미국 금리인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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