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약수터 곳곳 수질 부적합, 일부 약수터에선 라돈 검출도

지난 5일 수질 부적합 판정을 받은 대전 서구의 한 약수터. 약수터엔 음용을 중단하라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지난 5일 수질 부적합 판정을 받은 대전 서구의 한 약수터. 약수터엔 음용을 중단하라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대전지역 약수터 곳곳에서 위생 문제가 발생하는 등 허술한 관리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약수터에선 라돈까지 검출돼 시민 불안감이 커지는 등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지역 약수터는 총 40개소가 있으며, 각 자치구에서 수질 확인, 시설 유지·개선, 관내 청소 작업을 펼치고 있다. 자치구별로 동구 6개소, 중구 11개소, 서구 10개소, 유성구 5개소, 대덕구 8개소가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25% 가량이 수질 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는 등 위생 관리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구의 경우 내원사 약수터 등 약수터 절반에서 대장균 등 세균이 기준 이상 검출 돼, 음용에 적당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구와 유성구는 각 2개소, 동구는 1개소의 약수터가 수질 부적합 판정이 나왔다. 유일하게 대덕구만 관내 약수터 모두 수질이 `적합`한 것으로 나왔다.

더욱 심각한 건 일부 약수터에서 발암 물질인 라돈도 검출 돼 이를 마시는 시민들에게 치명적인 위협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 평균 50명의 이용자가 찾는 유성구의 왕가봉 약수터의 경우 라돈이 3년 연속 기준치 이상이 검출돼, 계속 문제가 발생할 시 폐쇄 조치까지 검토하고 있다.

무더위에 약수를 이용하는 시민은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

서구 갈마 약수터에서 만난 주민 조모(64)씨는 "산을 오르다 더위에 지쳐 이곳 약수터를 이용하는 산행객이 있는데, 위생 문제 때문에 나는 못 마시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각 자치구에서는 예산 문제 등의 이유로 필터 교체 등 시설 개선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선 필터 교체나 자외선 살균이 필요한데 예산 문제 등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결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온다. 일부 약수터에서는 시민이 버린 음식물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이런 음식물에선 병균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각 자치구에서는 인력 등의 한계로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약수터 관리 인력이 2명 있는데, 한 달에 한 번 씩 수질 검사를 위해 산을 찾아 다니며 물 뜨러 가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라며 "쓰레기가 보이면 치우지 않고 그냥 한데 모아 비닐에 싸서 근처에 방치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에서 예산을 받아 쓰레기를 시민들이 버리지 못하도록 안내하는 현수막을 제작 하겠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각 자치구에서 약수터 수질 개선 등을 위한 예산을 신청할 수 있도록 공문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형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태형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