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우면 더운 대로, 비오면 오는 대로 8월의 연례행사인 휴가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선 성수기를 피해 휴가를 가는 이들도 많이 생겨나지만 여름방학과 함께 할 수 있는 8월이 성수기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휴가(休暇)란 말 그대로 직장이나 학교, 군대 등에서 근무나 학업을 일정 기간 쉬는 것을 말한다.

휴가철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계곡과 바다로 오가는 차량의 행렬이 이어져 다소 짜증스럽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벗어나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시간과 공간을 즐기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누구도 관여하지 않고 어디를 가던지 시비할 사람은 없다. 그래서 일반 직장인들에겐 휴가란 찌든 생활의 탈출구 역할을 한다.

하지만 정치인들이나 고위 공직자의 휴가는 일반인들과 다르다.

내 맘대로의 휴가란 그들에게 먼 나라의 이야기다.

자칫 때와 장소를 잘못 선택할 경우 비난의 화살이 돌아온다.

김철수 속초시장의 경우 지난 4월 4일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가족과 함께 제주도 서귀포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하필 이날 대형산불이 일어났고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돌아오지 못했다. 그 사이 속초시내는 불바다가 됐고,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시장 부재 논란에 휩싸였다. 김 시장은 이유를 막론하고 사과를 표명했다.

최근엔 대통령과 정치인들 사이에서 휴가의 `때`가 문제가 됐다.

일본과의 무역전쟁으로 휴가를 취소한 대통령의 결정이 `쇼`라고 폄하되기도 하고 야당 대표도 일주일간의 휴가 일정을 잡았다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휴가를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휴가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시간과 장소의 선택에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지만 선택에 따른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그들이 택한 그들의 숙명이다.

김홍장 당진시장은 5일부터 일주일간 휴가 기간이다.

때 마침 5일부터 도지사가 주재하는 비상경제상황 판단회의가 개최됐다. 일본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에 따른 대응회의다.

또, 김 시장은 지난달부터 읍·면·동 순방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장의 휴가 일정에 주민의 휴가 일정을 조절해야 하냐는 볼 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치인들의 휴가가 때와 장소의 선택에서 더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차진영 지방부 당진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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