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검증 없이 설치…예산 낭비 논란 자처

대전시청 앞에 설치된 폭염 대책 시설 쿨링포그. 사진=천재상 기자
대전시청 앞에 설치된 폭염 대책 시설 쿨링포그. 사진=천재상 기자
대전시가 뚜렷한 과학적 근거 없이 폭염 대책 시설인 `쿨링포그`를 설치해 혈세 낭비 논란을 자처하고 있다.

7일 시에 따르면 쿨링 포그는 인공안개분사 시설로, 물을 빗방울의 약 1000만 분의 1 크기로 고압 분사하는 시설을 말한다.

물이 기화하며 주변 열을 빼앗는 원리가 적용됐다. 지속되는 무더위에 대전을 포함한 광주·대구 등에 쿨링 포그가 설치됐다.

대전에는 한화갤러리아 타임월드 앞, 시청 앞, 으능정이 거리, 대전역 버스정류장, 대덕구 중리동, 서구 보라매 공원 등 6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자치구가 운영하는 곳을 제외한 4개의 쿨링 포그 설치에 투입된 시 예산은 3억여 원이다.

문제는 시가 쿨링 포그를 설치하면서 정확한 온도 저감 근거를 검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는 쿨링 포그 도입 논의 과정에서 제작 업체에 온도 저감 효과를 담은 자료를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쿨링 포그를 가동 중인 대구시 등 타 지자체에도 관련 문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가 3-4도 가량 온도 저감 효과가 있다는 업체의 주장을 듣고, 대구에 방문해 둘러본 뒤 곧바로 설치에 들어갔다는 게 다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시로부터 온도 저감 효과에 대한 자료를 요청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도 "대전시가 쿨링 포그 설치 현황 자료만 요청하고 다른 데이터는 받아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수억 원의 예산을 들여 시설물을 도입하면서 주먹구구식 행정을 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국내에서는 공식적으로 쿨링 포그의 온도 저감 효과를 연구한 사례가 아직 없다는 것이다.

지난 5일 국립기상과학원이 국내 최초로 관련 연구에 착수했지만 아직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시는 정부의 폭염 대책 협조 요청에 따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폭염 대책 시설을 적기에 설치하라`는 공문을 보내 급히 공사 발주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쿨링 포그가 폭염 대책 시설로 각광받고 있어 도입을 결정했다"며 "온도 저감 효과에 대해선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향후 시설의 효과를 검증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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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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