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문방구점에 가면 한구석 가득 빨간 돼지저금통이 쌓여 있었다. 설날 세뱃돈으로 그 빨간 저금통을 사서 용돈을 모았던 기억이 있다. 요즘엔 학생들을 위한 용돈관리 특화 신용카드가 나와서 현금으로 받는 용돈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필자가 자랄 때 용돈을 모아 샀던 것 중에 제일 큰 물건이 컴퓨터였다. 전공이 컴퓨터라서 대학 들어와 알바비와 용돈을 긁어모아 샀다. 플로피 디스크에 이런저런 파일을 담으면서 플로피 디스크가 없어지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시간이 지나 플로피 디스크가 USB 스틱이 되고, 어느 덧 구글 드라이브, 드랍박스, 애플 클라우드 등등으로 바뀌면서 더 이상 저장장치는 보이지 않게 됐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이렇게 개인이 가지고 있던 컴퓨팅 자원을 대규모로 모아서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개념이다. 집집마다 가지고 있는 컴퓨터는 하루에 몇 시간만 활용되고 대부분의 시간에는 쓰이지 않는다.

업무용 컴퓨터는 직원당 1대가 아니라 사업장 규모에 따라 수십 대에서 수백 대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규모의 장비들은 도입비도 비싸고, 설치 장소도 필요하고, 관리에도 돈이 든다. 수십 대의 장비를 관리하려고 엔지니어를 한두 명 두거나, 수백 대에 서너 명의 전담 엔지니어가 있어도 신기술을 받아들이고 적용하기에는 기술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

데이터센터는 컴퓨팅 장비들을 수천 대 이상 확보해서 사업장에서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서너 명의 엔지니어가 아니라 수십 수백 명의 엔지니어들이 모여서 같이 공부하고 신기술을 만들어 적용하게 된다. 이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중요한 점은 이러한 서비스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기 쉽게 제공하느냐에 있다.

국내에서는 이제 도입되기 시작한 클라우드 서비스가 미국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자리 잡기 시작해서 이미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되었다.

국내는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되었다. 규제 및 시장 규모가 문제였을 수도 있지만, 학교에 있는 사람으로써는 인재 양성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MapReduce(맵리듀스·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고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보통의 하드웨어를 이용한 분산 프로그래밍 모델)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클라우드 서비스 관련 기술을 미국의 워싱턴 주립대학에서는 2007년 구글 101이란 과목으로 처음 만들어 제공했다.

KAIST에서는 2008년 가을부터 강의하기 시작했지만, 분산 서비스 기술이 학부 교과과정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흔치 않다. 서비스뿐만 아니라 분산 시스템의 핵심 알고리즘과 시스템 기초를 제공하는 학부 교과과정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경험 있는 전문가가 소수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주변에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뉴스를 종종 듣는다. 클라우드 서비스로의 전이는 우리가 돼지저금통을 버리고 온라인 용돈관리로 가고, USB 스틱이 더 이상 쓰이지 않는 것처럼 당연한 진화이다. 그런데 서버 수백 대 모아놨다고 데이터센터가 되는 건 아니다. 그 위에 돌아가는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쌓이는 게 아닌데 싶어 걱정부터 앞선다. 심지어 국내 데이터센터의 규모도 아마존, 구글, 알리바바 등에 비해 100배 이상 차이난다. 턱없이 부족한 전문인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대덕 연구단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전문인력 양성 및 교류의 중심이 되어 차세대를 키워나가야 되겠다.

문수복 카이스트 학술문화원장(전산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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