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생물종이 살아가는 생태계는 정교하게 연결된 톱니바퀴와도 같아 어떤 하나의 생물종이라도 멸종하면 전체 생태계가 무너질 위험이 있다.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지구상의 800만 생물종 중 최대 100만 종이 수십 년 내에 멸종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숲은 생명의 터전이면서 동시에 목재, 식량, 의약품 원료 등의 유전자원 공급처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이상기후, 병해충, 집중호우 등과 같이 예측하지 못한 환경 변화에 노출되면서 산림자원 손실 위협도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생물종을 사라지지 않게 하려면 무엇보다 유전다양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유전자가 다양할수록 다양한 환경에 잘 적응하고 경쟁력 있는 우수종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최근 유전다양성을 보존해야 하는 문제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유전다양성 평가를 기반으로 산림유전자원의 보존전략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굴참나무, 피나무 등 유용 자생수종 중 유전다양성이 우수한 26개 지역을 선정해 그 중 핵심 지역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은 산림생물종의 유전자와 종 또는 산림생태계의 보존을 위한 법정보호구역으로 유전다양성이 우수한 산림유전자원 보존을 위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가속화될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산림자원의 유전다양성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앞으로 빅데이터 기반 유전정보 분석을 통해 환경적응성 관련 유전자를 탐색하고, 기후변화와 병해충 발생 등 산림환경 변화에 따른 유전다양성 변화를 예측하는 연구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산림유전자원의 보존은 산림생태계를 넘어 국토를 건강하게 하고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일이다. 무한한 가치를 품고 있는 산림유전자원의 활용은 유전다양성 보존으로부터 시작된다.

전범권 국립산림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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