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흥미로운 사설을 접하게 됐다. 브랜드슬로건이 국가 역동성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기사로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정부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다이나믹 코리아`라는 국가 브랜드슬로건을 내세웠다. 이를 중심으로 국민들의 단합과 응원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뤘고, 그 이후로도 국가 이미지 개선에 큰 성과를 거뒀으나 브랜드 슬로건 교체 이후 어찌된 일인지 사회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바, 국가 비전을 재점검해 우리의 신명을 다시 살리자는 내용이다.

혹자는 이에 대해 오비이락(烏飛梨落)의 상황이라고 간과할 수도 있겠으나, 국가나 지역 이미지를 대표하는 브랜드 슬로건이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증대되는 요즘엔 충분히 공감이 되는 부분이다.

그동안 지역경제를 살리는 관광 사업은 그 고장에서 생산되는 지역 특산품, 지역 위인이나 유명인물, 옛 고궁이나 건축물 등 주로 유형 자산들이 주를 이뤄왔다. 그러나 우리 대전은 어느 지역과도 비슷한 거리를 두고 있어, 지역적인 특색에 맞춰 차별성 있는 관광자원를 개발하기가 쉽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도시 브랜드 슬로건은 이러한 유형 관광자원의 한계에서 벗어나, 지역의 정서와 개성을 담아내고, 새로운 지역경제 먹거리를 만들어 내는 무형자산으로서의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도시 브랜드 슬로건은 시민들이 도시의 장점과 강점을 자랑하고, 그것을 트랜드화해서 도시의 역동성을 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다이나믹 코리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우리나라를 상징해 온 `조용한 아침의 나라`, `동방예의지국의 나라`라는 정적인 이미지로부터의 한계 극복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다이나믹 코리아의 타이틀 아래 우리는 한일월드컵 경기 당시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전세계가 놀랄 만큼 열정적인 응원 문화를 만들어 냈으며, 그것은 곧 대한민국의 역동적인 문화 상징이 됐다. 뜨거운 광장문화는 얼마 전 추운 겨울 촛불 광장집회로 다시 한번 타올랐으며, 주변 국가들의 존경어린 시선을 받기도 했다.

브랜드 슬로건은 관광산업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점화시킬 수 있는 훌륭한 도시마케팅 자산이 될 수 있다. 과거에는 도시 브랜드 슬로건이 시민의식 함양이나, 계몽을 고취시키기 위한 관(官) 주도적인 슬로건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요즘은 슬로건의 역할이 예술적이고 감각적이면서도 고도의 상품성을 갖춤으로써 그 자체가 마케팅 상품이 되는 방향으로 확대 변화되고 있다. 도시의 특성과 메시지를 잘 담은 슬로건 하나가 150만 대전시민의 미래를 보장한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뉴욕시의 `I♡NY`이 그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뉴욕시는 슬로건을 바꾸고 1년 만에 관광수입이 1억 4000만 달러 늘어나는 효과를 보았다. 가까운 사례로서는 `한바탕, 전주 - 세계를 비비다`라는 전주시의 브랜드 슬로건을 들 수 있다. 전주비빔밥을 언어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전주시의 전통을 앞세워, 세계화에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래서인지 요즘 전주는 한옥마을과 비빔밥, 한지공예 등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관광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대전의 경우 2004년도부터 브랜드슬로건으로 `It`s Daejeon`을 선택해, `Interesting, Tradition and Culture, Science and Technology`라는 전통문화와 과학기술의 중심 도시 이미지를 그동안 잘 구축해 왔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중심도시과 시민주도 사회로의 도약을 추구하는 현재의 대내외적 환경 변화와 슬로건의 도시 마케팅상품화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15년간 사용됐던 기존의 슬로건은 그 힘이 부치는 듯 하다. 기존의 전통문화와 과학기술 중심 이미지만으로는 무엇인가 결여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에 대전시 출범 70주년, 광역시 승격 30주년을 맞아 우리 시만의 경쟁력 있는 장르를 끌어내고 성장동력을 다시 한번 재점화시킬 수 있는 대전시 브랜드슬로건을 시민과 함께 모색해 보고자 한다. 대전만의 참신함, 치명적인 매력을 찾아내서, 요즘 우스개 소리로 간간히 들려오는 `노잼대전`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떨까.

김주이 대전시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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