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경영 어려움에 환자 유치 매진...추가 진료비 부담에도 수요 지속적으로 늘어

야간진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야간진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김모(37)씨는 얼마 전 장염에 걸린 5살 아들을 데리고 동네 병원을 찾았다. 야간 진료가 가능하다고 해 퇴근 후 병원을 찾았는데, 진료 대기 인원이 13명을 넘었다.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오후 6시가 넘으면 외래 진료를 볼 수 없어 하릴없이 응급실을 찾아야 했던 직장인들에게는 이 같은 야간 진료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맞벌이 부부 증가 등 의료 수요 변화가 병·의원들의 진료 시간을 변화시키고 있다. 1-2차 중소병원들을 중심으로 주말과 심야 시간까지 진료시간이 연장되고 있다.

대전 서구의 한 척추전문병원은 주말(토요일) 오후 3시에 닫던 문을 두 시간 뒤로 미뤘다.

인근 한 소아청소년과의원은 평일 오후 진료시간을 밤 9시로 늘렸다. 종전 6시였던 외래 진료 마감을 3시간 연장했다.

대다수 병·의원이 평일 야간 진료를 늘리는 추세다. 토요일은 평일과 같이, 일요일은 반나절 진료를 하는 병원들도 있다.

대형병원들이 주 52시간 근무에 따라 토요일 진료를 축소하는 것과 달리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는 것.

서구 탄방동의 한 소아청소년과의원 관계자는 "평일 낮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들을 위해 야간 진료를 오후 8시까지 연장했다"며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주말 진료 시간 연장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이 없는 병원들의 경우 저녁 진료시간을 9시까지 늘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안과 병원들은 퇴근 후 직장인들을 유치하기 위해 오후 10시까지 진료를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평일 저녁이나 토요일에 의료기관을 이용하면 진료비가 비싸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야간·토요일·공휴일에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이뤄지는 처치와 수술에 대해서 진료비 가산제를 실시하고 있다.

의약분업 이후 동네 의원·약국에 한해 도입된 `야간 할증제도`가 확대된 것.

정상 진료비보다 30% 가량 더 비싼 병·의원에 환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의료기관과 환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병·의원들은 의료기관 포화에 따른 `경영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환자 유치에 발 벗고 나섰고, 환자들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의료서비스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진료 시간 연장으로 병원 직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는 측면도 있다"며 "하지만 수익성을 우선으로 하는 중소병원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요가 늘어날수록 연장 진료를 도입하는 병원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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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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