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4일을 떠올리면 행복하면서도, 새삼 놀랍고 뿌듯하다. 이날 대전 관내 한 고등학교 강당에서 서부교육장배 학교스포츠클럽 탁구대회가 있었다. 학부모와 전체 교직원이 모여 우리 학교 탁구부 학생들을 응원했다.

남선초등학교는 대전의 유일한 벽지학교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계룡시와 대전 유성구 경계에 자리한 우리 학교는 `숲속의 작은 학교` 지만, 선진 환경과 교육복지로 학생 수가 늘어가고 있다.

2017년 9월 남선초에 부임한 이후, 학생들이 특별히 집중할 운동이 없는 것이 늘 아쉬웠다. 퇴근 후 배드민턴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는 나는 파트너쉽 함양과 심신단련에 운동만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기에 우리 학생들에게도 꼭 운동을 가르치고 싶었다.

강당이 없는 학교 형편을 고려해 좁은 장소에서 하기 쉽고, 운동 효과도 거둘 수 있는 종목이 무엇일까 고심했다. 선생님들과 협의해 `탁구스포츠클럽`이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성공적인 스포츠클럽운영을 위해 탁구 로봇, 선수용 라켓, 단체 유니폼과 같은 용품부터 간식 제공까지 학생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왔다. 승패를 떠나 즐겁게 운동하는 것이 교육적이라는 신념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하지만 지난 대회 결과가 좋지 않아 아이들이 상심하고 괜히 위축된 것 같아서 내심 걱정도 됐다.

올해는 달랐다. 학생들의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했고 투지가 생겼으며, 얼굴에는 비장함마저 감돌았다. 대회에 나가서도 떨지 않았고, 규모가 훨씬 큰 학교들을 하나씩 이기더니 결국에는 남자부 2위와 여자부 3위에 입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무엇이 학생들을 이렇게 성장시켰을까. 아이들은 선생님이 시키지 않아도 매일 쉬지 않고 연습했다. 아침활동시간과 점심시간이면 3-6학년 전체 학생들이 남선배움터에서 탁구와 함께 심신을 단련했다. 몇몇 아이들은 주말에도 학교에 나왔다. 이러한 열정은 운동역량의 향상을 넘어 친구, 선후배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었다. 서로 배려하고 격려하며 함께 성장하는 품격 있는 학교문화조성에도 일조했다. 탁구스포츠클럽 활동은 평소에도 무에서 유를 창조해온 남선초의 교육역량의 결정체다. 작은 탁구공 하나로 큰 성장을 이끌어낸, 내실 있는 성장으로 `작지만 큰 학교`의 전형을 보여준 우리 남선초의 면모다.

2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학생들이 보여준 놀라운 가능성과 잠재력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학교장으로서 구성원들과 뜨겁게 고민하고 띄운 작은 탁구공 하나가 아이들의 미래에 어떤 선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지 알기에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에도 소름이 돋는다.

교직원들과의 긍정적인 파트너쉽 덕분에 학생들과 학부모님께 최고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게 됐고 2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지금의 남선초를 만들 수 있었다.

작은 탁구공 하나로 이룬 큰 꿈처럼, 소규모학교지만 학생들에게는 다른 어떤 학교보다도 가고 싶은 학교이고 싶다. 최선의 교육과정으로 최고의 학교가 되고 싶다.

`핑`, `퐁`, `깔깔`, `화이팅` 지금 이 시간에도 작은 탁구공 하나로, 큰 꿈을 이뤄나가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린다. `그래, 얘들아! 바로 너희들이 우리나라의 미래란다.`

박근숙 남선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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