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구 "현행법 적용 철거 대상"… 정당법·옥외광고물 관리법 '상충'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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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자가 설치한 현수막은 걷어내고 정치인들은 왜 그대로 두나요.` 추석 명절을 앞둔 대전 지역 한 자치구의 옥외광고물 담당 부서 공무원에게 빗발치는 민원이다.

정치인들의 명절 현수막에 대한 민원이 쇄도하는 시기라고 토로하는 이 공무원은 "`돈이라도 받아서 철거를 안하는 거냐`는 항의성 민원도 더러 있다"며 쓴 입맛을 다셨다.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즐겁고 행복한 추석명절 되세요` 등 최근 지역 도로 곳곳에서 명절 덕담 현수막을 볼 수 있다.

현수막 옆으로는 어김없이 지역 정치인들의 이름이 함께 보인다.

시민 김모(37)씨는 "내년 선거를 앞두고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알리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며 "그래도 교차로에 범람하는 현수막이 가끔 시야를 가려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요 교차로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어김없이 게시된 이 현수막들의 위법성 여부는 지자체의 주요 골칫거리다.

관련법에 따르면 현수막은 공공시설물로 지정된 게시대에만 설치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엄연한 불법으로 간주돼 즉각 철거 대상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은 게 이 현수막들이다.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서는 일부 현수막에 대한 철거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정당 및 단체에서 하는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과 신고를 마친 집회시위 개최 현수막 등은 30일 동안 철거를 유예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 개인이 내 건 명절 현수막은 철거 유예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 구청 관계자는 "정치인의 현수막 위법성을 놓고 정부 부처에 유권해석을 수차례 받았지만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각 자치구 공무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정치인들의 현수막 철거는 `정당법`과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법`이 상충되는 면이 있다.

현수막 게시를 정당법이 규정한 `정당 활동`으로 볼지,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지정 장소를 벗어난 불법 현수막으로 간주할지가 명확하지 않다.

이를 두고 선거관리위원회는 원론적인 의견을 내놨다.

서구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단순한 명절인사를 하는 경우에 선거일 180일 이전 게시는 불법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며 "이번 추석에는 게시할 수 있지만 내년 설 명절에는 선거법에 저촉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수막 철거 주체인 구청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한 구청 관계자는 "선관위는 선거법 위반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고 우리는 옥외광고물에 대한 현행법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모호한 법령 해석으로 올 추석도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은 생면부지 정치인들의 명절 인사를 받아야 할 처지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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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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