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 게시대 벗어난 불법현수막 범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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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도심 곳곳이 불법현수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명절을 앞둔 정치인들의 현수막과 아파트 분양대행사의 광고 등이 난립하고 있지만 지자체의 담당 인력 부족으로 효과적인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법현수막 근절을 위해선 국민의식 전환과 강력한 단속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수막은 각 구청이 정한 지정 게시대를 벗어나면 모두 불법으로 간주돼 철거 대상이 된다.

5일 대전지역 5개 자치구에 따르면 각 구청별로 적게는 20곳에서 많게는 40여 곳에 현수막 지정게시대를 운영하고 있다.

지정 게시대는 관공서 등의 행사를 알리는 공공형과 개인 사업자 등을 위한 상업형으로 나눠져 있다.

무료로 운영되는 공공형과 달리 상업형은 1주일 기준으로 1만 5000원에서 2만 원 가량의 사용료를 내야 한다.

문제는 불법으로 부착된 현수막이다. 아파트 신규 분양 물량이 집중된 유성구와 서구는 분양대행사들의 현수막이 넘쳐나고 있다.

각 구청이 주말 단속반을 가동하고 수거보상제 등을 포함한 각종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인력 부족과 불법 현수막 게시자들의 배짱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현행 옥외광고물관리법에는 지정 게시대를 벗어나 붙이는 현수막은 건당 25만 원 안팎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 분양대행사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게 구청의 설명이다. 적극적으로 단속을 하고 있지만 무분별한 현수막 설치, 한정된 단속인력 등으로 근본적인 개선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부동산 등 민간기업의 경우 과태료 부과에도 불구 불법현수막 설치를 반복적으로 하고 있어 골머리라는 것이다.

유성구 관계자는 "강력 단속을 원칙으로 하루 최대 500만 원에 가까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과태료 처분을 받은 업체들의 경우 `분양 몇 건만 성사시키면 과태료쯤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대다수"라고 전했다.

철거 단속에 투입되는 행정인력 부족도 현수막 범람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각 구청 옥외광고물 담당 부서는 3-4명의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마저도 고정간판, 이동간판 등 점검 대상이 나눠져 있어 현장 철거작업에는 소수인원만 투입되고 있다. 이때문에 철거 전담 기간제 공무원을 별도로 채용하는 구청이 대다수다.

이와 관련해 행정, 학계, 시민운동가 등은 불법현수막을 근절하기 위해선 국민의식 전환과 강력한 단속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진숙 충남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대전을 비롯해 우리나라는 불법현수막 등으로 도시미관이 엉망이다. 무분별한 불법광고물은 심각한 문제"라며 "현재 단속을 해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데 솜방망이 처벌과 광범위한 행위에 비해 단속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현수막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식을 갖기 위해 국민의식 전환운동을 하고 국민과 시민 공감하에 과태료를 기존보다 상향시킬 필요성이 있다"며 "불법현수막 근절을 위해선 강력한 단속이 필요한데 관공서가 나서서 못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정동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예를 들면 국회의원 현수막은 단속하지 않고 민간기업은 단속하는 등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일괄 적용을 위한 기준을 정하고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현수막 게시 공간을 늘리는 등 조례를 정하는 것도 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용언·김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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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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