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래도 그냥 해프닝으로 보기에는 텁텁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홍대 앞에서 개업을 준비 중인 한 주점이 최근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건물 외벽에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사진과 함께 인공기, 그리고 한복 차림의 북한 포스터 느낌이 나는 여성 그림까지 내걸었다.

여기에 `동무들의 소비를 대대적으로 늘리자`, `안주가공에서 일대 혁신을 일으키자`, `더 많은 술을 동무들에게`, `간에 좋은 의학을 발전시키자` 등의 문구도 눈에 띈다.

건물 내부에도 북한 그림과 함께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평화의 새 시대를 열어가자!`, `신념의 강자: 비전향장기수들을 열렬히 환영합니다`라는 문구도 밖으로 비쳤다.

북한풍이 물씬하다.

흡사 북한 현지의 술집이나 영화 세트장으로 볼 만하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실제 모습이다.

북한 콘셉트를 내건 `북한식 주점`이라는데, 국가보안법 논란이 일었다.

마포구청은 이 모습을 본 시민들의 민원이 제기되자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 달라면서 서울경찰청에 요구했다.

국가보안법 7조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 돼 있다.

경찰은 점주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점주는 이 같은 행동에 대해 "관심을 끌면 상업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문제가 커질 줄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점주는 16일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사진과 인공기를 자진 철거했다.

이렇게 해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도가 지나쳤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어찌 됐든 이 주점은 점주의 기이한(?) 행동으로 문을 열기 전 매스컴의 이목을 받으면서 노이즈마케팅은 확실한 효과를 본 듯하다.

그러나 `레드컴플렉스`가 여전한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 김일성과 김정일, 인공기를 본 6·25세대들이 느꼈을 역겨움과 불편함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미뤄 짐작이 간다.

이들에게 아직도 극복이 안 되는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인공기다.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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