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 지역화폐 발행에 제동이 걸렸다. 대전에서 최초로 출시한 대덕구 지역화폐(대덕e로움)를 시가 주도해 발행하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대전시의회가 어제 `대전시 지역화폐 이용 활성화 조례안`을 가결하지 않고 보류했기 때문이다. 시가 지역화폐 발행주체가 돼 전 지역으로 확대되면 소비가 많이 이뤄지는 서구와 유성구로 몰리고, 원도심 상권은 다시 침제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지난 7월 `대덕e로움`을 출시한 대덕구는 시의 지역화폐 발행에 커다란 불만을 드러낸 자치구다. 지역화폐를 발행한 지 1년도 안 된 시점에서 시 전체로 확대하려는 것은 기존 화폐를 통한 지역상권 활성화에 지장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자치구 지역화폐가 정착하기도 전에 2500억 원을 들여 대전 전 지역으로 지역화폐 발행을 확대하는 건 상급기관의 횡포에 가깝다. 차라리 시가 직접 발행하지 말고 할인율을 높이기 위해 지원금을 보조해 주는 간접적인 지원 방식이면 모를까 직접 발행은 상권에 혼란만 가져올 게 뻔하다. 당연히 기존에 발행되고 있는 지역화폐와는 연계성을 가지는 방식이어야 함을 두말할 나위가 없다. 화폐를 직접 발행하지 않고 간접 지원하는 경기도와 인천시의 운영 방식도 본받을 만하다.

지역화폐를 통해 역외소비를 줄이고 지역 간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게 목표라면 누가 보더라도 간접 지원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걸 다 안다. 그런데도 시가 직접 발행주체를 고집한다면 갈등만 키울 뿐이다. 다행히도 시가 이미 발행 중인 지역화폐와의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화롭게 할 것이라고 하니 안심이다. 시 의회에서도 지적했듯이 기존의 지역화폐와 상충되는 문제 해결 없이 조례를 만들려한 건 성급해 보인다. 전국적으로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지자체는 177곳에 이른다. 대부분이 기초자치단체에서 시행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자치구마다 발행하고 시가 지원하는 방식만이 지자체와 소상공인, 지역민과 상생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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