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진이 심각하다. 국민들의 체감뿐 아니라 지표와 진단결과가 그렇게 나오고 있다. 수출, 소비, 투자를 보더라도 어느 것 하나 잘나가는 게 없다. 제조업 생산은 올 2분기까지 여섯 분기 째 내리막이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또한 심각하다. 지난 8월 수출은 전년보다 13.6%나 줄었다. 이 또한 9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0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에서 "우리경제가 투자와 수출이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며 6개월 연속 `경기부진` 판단을 내렸다. 장기간 경기부진 판단을 내리기는 2005년 이후 처음이다. 본격적인 침체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다.

국가통계위원회는 우리경제가 2017년 9월 정점을 찍은 뒤 하강하고 있다고 엊그제 공식 발표했다. 2013년 3월 바닥을 보인 뒤 54개월간 이어진 경기 상승기가 이때 끝났다는 분석이다. 이미 24개월 전에 경기 하강국면이 시작됐다는 얘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 주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낮췄다. 지난 5월 전망치보다 0.3%포인트, 작년 11월보다는 0.7%포인트나 내렸다. 정부의 성장률 목표치 2.4-2.5%와 한국은행 전망치 2.2%보다도 낮다. 우리경제가 급속하게 나빠지고 있음을 반영한 결과다.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도 이달 들어 성장 전망치를 각각 2.1%, 1.9%로 낮춘 것은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빠르게 꺾이고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미중 무역전쟁, 보호무역주의, 일본의 경제보복에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 악재까지 겹쳤다. 하나같이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되고도 남는다. 상황이 이러면 당연히 정부도 비상대응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경기부진` 판단을 내려놓고도 대책이나 처방이 없다. 경기부진 잇단 경고음을 나 몰라라 할 때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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