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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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연이은 태풍 상륙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 등 악재가 겹치면서 서민 생활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ASF의 직격탄을 맞은 돼지고기는 발병 직후 가격이 크게 올랐고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선 물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이 포착되고 있다.

22일 축산업계에 따르면 ㎏당 돼지고기 값은 4000원 선을 맴돌다 ASF가 처음 발생한 지난 17일 5838원, 18일 6201원으로 급등했다. 지난 16일 파주 양돈농가에서 ASF가 발병하자 정부가 내린 48시간 일시이동중지명령 여파로 시중에 유통되는 돼지고기 물량이 크게 줄어든 때문으로 풀이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ASF 발병 직후인 17-19일 전국 돼지 도매시장에서 경매된 돼지 도축두수는 7346두로 추석 전인 3-5일 1만 5554두 대비 52% 급감했다. 상승세를 타던 돼지고기 값은 19일 일시이동중지명령 해제와 함께 5828원으로 한풀 꺾였고 20일 현재 5017원까지 떨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국내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급등한 바 있으나 전국적인 이동중지명령 발령에 따른 일시적 물량 부족으로 가격이 상승한 것"이라며 "도매시장에서 정상적인 돼지 거래가 이뤄지면 가격이 안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돼지고기 수급상황을 보면 8월 말 기준 국내 돼지 사육마릿수는 1227만 마리(이력제 기준)로 평년 대비 13% 많고, 6월 말 기준 육가공업체 등의 재고물량도 18만 5000t으로 105.5% 증가해 공급물량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 같은 설명과는 달리 돼지고기 유통물량이 줄어 서울 등 일부 지역의 정육점으로 돼지고기 가격 인상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추석 전 100g에 2200원이던 국산 냉장 삼겹살 가격이 최근 2500원으로 오른 것이다. 통상 1-2주 정도 재고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대형마트는 ASF 발병으로 도매가가 올랐어도 이를 소비자가격에 즉시 반영하지 않지만 재고 물량이 적은 소규모 정육점들은 도매가 인상분을 소매가에 바로 반영한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거래량 감소로 인한 돼지고기 가격 급등세는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라면서도 "ASF 추가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기 전까지는 수급 불안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태풍 `링링`이 물러가자마자 17호 태풍 `타파`가 북상하면서 농작물 가격도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오름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를 보면 20일 기준 오이(상품·10㎏) 도매가격은 평균 2만 500원으로 평년 가격(1만 6117원)에 견줘 27% 올랐다.

애호박(상품) 값 상승은 가파르다. 평년 2만 원 수준에서 3만 200원으로 무려 48% 급등했다. 미나리(상품·15㎏) 값은 널뛰기를 하고 있다. 태풍 `링링`이 소멸한 16일 10만 2000원까지 뛰었다가 18일 10만 4000원으로 다시 올랐고 20일 현재 7만 8600원으로 하락했다. aT는 태풍 영향으로 남양주, 이천 등 미나리 주산지의 작황상태가 좋지 않아 출하물량이 줄었고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배추(상품·10㎏) 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달 전 8480원에서 16일 1만 2800원으로 오르더니 하루 만인 17일 1만 4000원, 20일 1만 5200원까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다만 사과는 평균 3만 4000원 선을 유지하고 있고 제철인 포도(샤인머스켓·상품·2㎏)는 3만 원대에서 2만 8600원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파프리카(상품·5㎏) 역시 평년가격(3만 1373원)의 2배를 웃도는 6만 5800원까지 치솟았다가 3만 9200원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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