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많은 갓 20살을 넘긴 한 청년이 있다.

으레, 그 또래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 입대를 하게 되는데, 이 청년 역시 나라를 지키겠다면서 부사관으로 입대를 했다.

그는 2014년 7월 하사관으로 임관, 전방의 한 수색대대에 배치를 받았다.

2015년 8월 4일 서부전선 DMZ 수색작전에 투입된 그는 북한이 설치한 `목함지뢰`를 밟아 큰 부상을 당했다.

목숨을 건지기까지 21차례의 크고 작은 수술을 받아야 했고, 부모와 함께 1년 넘게 힘든 병원 생활을 이겨냈다.

국가를 지킨 훈장처럼 남은 건 절단 된 두 다리에 낀 의족, 그렇게 그는 강한 전사의 표상이자 육군의 자랑으로 올해 1월 전역을 했다.

국가는 그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면서 영웅으로 떠받들었다.

하재헌 중사 얘기다.

그러나 하 중사는 지금, 군대 간 걸 후회하고 있다.

전역 후 국가유공자 신청을 낸 그는 지난달 국가보훈처로부터 뜻밖의 유공자 소식을 들었다.

`전상군경`이 아닌 `공상군경` 판정을 받은 것.

`전상`은 전투 또는 이에 준하는 직무수행 중 사망하거나 상이를 입은 사람이고, `공상`은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하거나 상이를 입은 사람을 뜻한다.

그는 명백한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부상을 입었기에 다리를 잃고, 남은 명예마저 빼앗은 국가보훈처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 중사는 이의를 신청하고, 직접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명예를 지켜달라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큰 반향이 일었다.

국민들과 보훈단체, 정치권에서 국가보훈처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은 "관련 법조문을 탄력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는지 살펴보는 게 좋겠다"고 사실상 재검토를 지시, 성난 여론을 달랬다.

국가보훈처는 내달 초 하 중사의 공상 판정 재심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마당에 국가보훈처가 또 다시 `공상` 판정을 내리는 일은 없겠지만 이미 두 다리와 맞바꾼 그의 명예는 큰 상처가 났다.

그리고, 때마침 들려온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11월 답방설.

아이러니 한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현실이다.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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