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버터칩 품귀현상이 일어나던 때가 있었다. 학교나 직장에서 몇 봉지 꺼내 놓으면 주위에서 감탄의 시선을 보낼 정도였다. 한순간 라면업계 지형을 바꿨던 하얀 국물 짬뽕도 하나의 유행이다. 유행이 장기화되면 문화가 되지만 이 둘의 유행은 충분할 정도로 지속기간이 길지 않았다.

정확하게 어떤 시점에서 어떤 이유로 유행이 시작되는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몇 가지 요소들이 있다. 사회 기저에 어느 정도 선호도가 있고 이를 전파하는 매개자가 있어야 한다. 또 이 전파를 반복하는 작업이 다른 이에게 내세울 만한 사회적 가치를 가져야 한다. `허니버터칩이 맛있다`라는 입소문이 사람들에게 회자되다 어느 순간에 이르면 폭발적으로 유행된다. 이 순간이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다.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하면서 해외여행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그 중 일본 여행은 지리적으로 가까워 비용과 시간면에서 선호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대도시 위주로 여행담이 전파되다가 차츰 소도시까지 확장됐고 해외여행 하면 으레 떠올릴 만한 유행이 됐다. 그러나 최근 한일 양국간 관계가 냉각되면서 역으로 여행가지 않기가 티핑 포인트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여행에서 소도시 맛집을 찾아가는 재미는 쏠쏠하다. 맛집이 유지되려면 일정 수 이상의 손님이 있어야 한다. 손님이 줄면 식재료 순환 사이클이 늘어나고 신선도가 떨어진다. 팔리는 음식 갯수가 줄어드는데 임대료와 인건비 등은 그대로다. 가게를 유지하려면 질 나쁜 재료를 쓰거나 값을 올려 마진율을 높일 수 밖에 없다. 그럼 모처럼 찾은 손님도 가성비에 실망해 소셜미디어에 악평을 늘어놓는다.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되는 셈이다.

여행 관련 산업은 네트워크 효과에 민감하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많이 사용할수록 내가 갖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효용 또는 가치가 상승하는 현상을 네트워크 효과라고 한다. 카카오톡이 메신저 서비스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는 이유는 사용자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불매운동 3달째인 9월 한 달 간 부산과 일본 대마도, 후쿠오카, 시모노세키, 오사카를 오가는 4개 항로의 국제여객선 승객이 지난해 9월보다 80%나 줄어들었다. 일본 여행 불매 운동을 단순히 유행으로 흘려보내지 않으려면 국내 여행산업을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중국에서 전해온 짜장면이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가 된 건 싸고 맛있기 때문이다.

이용민 지방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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