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강우량 측정기인 측우기, 물시계인 자격루, 천체 운행과 위치를 측정하는 혼천의의 공통점은? 15세기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조선의 발명품들로 한 사람을 빼 놓고는 거론할 수 없다. `장영실`이다.

조선 최고의 과학자이자 발명가로 일컬어지는 장영실은 요즘으로 치면 흙수저에도 들지 못하는 `무수저`에 가깝다. 이이화의 인물한국사에 따르면 장영실은 그의 어머니가 기생이었고 그도 동래관아의 종이었다. 비루한 신분이었지만 워낙 여러 가지 물건을 잘 만들어내고 과학 실력이 뛰어나 발명에도 크게 기여해 1425년 세종은 장영실의 종 신분을 벗기고 벼슬을 내려 주었다.

장영실의 재능은 궁중에서 연구와 발명에 매진하며 만개했다. 오로지 실력으로 봉건제의 신분사회를 돌파, 어엿한 과학자 지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천재 과학자를 품지 못한 당대 풍토와 불운까지 겹쳐지며 조정에서 쫓겨나 그의 남은 삶은 역사의 공백이 됐다. 미스터리한 생애는 후대에 더 궁금증을 자아내 2016년 그의 일대기가 KBS 대하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아산은 장영실과 무관하지 않다. 아산시 인주면 문방리에 가면 장영실 가묘가 있다. 아산시 배미동에는 장영실과학관이 있어 연중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장영실의 과학기운이 스민 탓일까? 아산시에는 첨단 과학기술이 응축된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자동차를 제조하는 대규모 생산시설이 위치해 있다.

최근에는 과학도시로 아산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또 하나의 기관이 오는 18일 개원식을 갖는다. 충남도교육청이 건립한 충남과학교육원이다. 대전에 있던 충남과학교육원이 아산시 장존동으로 이전한 신축 과학교육원은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유아과학관을 비롯해 첨단융합과학관 등 5개의 체험관과 천체관측실, 수학체험센터 등 18개 체험학습장을 갖췄다. 충남과학교육원은 아산시대 개막과 함께 인문학적 감성의 과학인재상 구현과 창의·융합형 미래인재 양성을 위해 다양한 교육 및 체험기회 제공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충남과학교육원이 장영실을 뛰어 넘는 또 다른 과학인재 배출의 장이자 학생과 교사 등 교육가족, 도민들까지 과학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명소로 뿌리내리기를 기대한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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