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용어 중 멀리건이라는 게 있다. 멀리건은 첫 티샷 미스가 났을 때 동반자들의 배려로 벌타없이 한 번 더 기회를 부여 받아 치는 행위 정도로 이해하면 쉬울 듯 싶다. 물론 프로대회든, 아마추어대회든, 이 멀리건은 인정하지 않는다. 자주 골프장에 못 나가는 주말 골퍼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용어다.

멀리건을 생각하자 떠오른 장면이 있다. 프로골퍼 김비오. 그는 지난달 26-29일까지 경북 구미시 골프존카운티 선산에서 열린 코리안투어 `DGB 볼빅 대구경북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그의 골프인생에 씻을 수 없는 잘못된 행동을 저질렀다.

당시 상황을 보면 그는 1타차 선두로 16번 홀 티샷을 할 때 한 갤러리가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서 샷에 방해를 받았다. 한국프로골프(KPGA)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대회 때마다 일부 갤러리들이 프로골퍼의 샷을 핸드폰으로 찍거나 동영상 촬영을 하는 등 경기를 방해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그럴 때마다 성숙하지 못한 갤러리 문화란 지적이 일곤 하는데, 이 장면도 그 한 부분으로 보였다. 그의 티샷이 OB(Out of Bounds)까지는 나지 않았지만 큰 미스가 난 것. 마지막 3홀이 남은 상황이고, 1타차 선두로 피 말리는 순위 싸움에서의 샷 미스는 치명적이었다.

그는 분을 참지 못했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난 쪽의 갤러리들을 향해 손가락 욕을 하고, 드라이버로 티잉그라운드를 힘껏 내려찍는 행동으로 화를 분출했다. 이 장면은 당시 생중계를 하던 한 골프방송에 고스란히 잡혔다. 이 대회를 중계하던 방송사의 해설자도 그의 과한 행동을 질책했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이 대회에서 17언타파로 우승 후 갤러리들을 향해 큰 소리로 사과를 했지만 호된 질책이 뒤따랐다.

KPGA는 지난 1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무분별한 행동으로 품위를 손상했다는 이유 등으로 그에게 자격 정지 3년과 벌금 1000만 원의 중징계를 내렸다. 그는 매스컴 앞에 무릎을 꿇고 "선수이기 이전에 먼저 사람이 되겠다"며 울먹이면서 용서를 구했으나 징계 수위는 낮아지지 않았다.

갤러리의 행동도 문제지만 공인인 프로골퍼이기에 잘못의 비중은 그에게 기울었다. 김비오나 갤러리들에게 그날 하루는 멀리건이 필요한 날이 아니었을까. 서로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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