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보조금이 줄줄 새고 있다. 허위서류 등으로 부정수급 사례가 늘고 있는 탓이다. 근본적으로 나랏돈은 `눈먼 돈`이라고 여기는 그릇된 인식이 문제다. 여기에 당국의 관리감독 소홀도 한 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정부 합동점검결과 올 들어 1-7월 보조금 부정수급은 12만 869건에 1854억 원이나 된다. 이중 647억 원을 환수키로 했다. 지난해 1년간 4만 2652건에 환수액 388억 원을 이미 훌쩍 넘어선 규모다. 부정수급 규모가 증가한 것은 정부 보조금이 2015년 94조 3000억 원에서 올해 124조 4000억 원으로 꾸준히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보조금이 증가함에 따라 부정수급 건수와 금액도 늘었다는 얘기다.

사례를 보면 보조금을 쌈짓돈처럼 챙긴 양심불량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어떤 유치원장은 원생이 출국했는데도 서류를 꾸며 보육료를 타냈다. 소득이 있는데도 무직자 행세를 하며 생계급여를 받아오다 덜미를 잡힌 사람도 있다. 취업경력이 있는 사람이 신규 취업자에게 혜택을 주는 `공제`에 가입 뒤 부정수급 하기도 했다. 보육교사를 허위로 등록해 교직원처우개선비를 챙기거나 기초연금 수급자가 사망했는데도 남은 가족이 계속 수령하다 적발된 경우도 적지 않다. 이밖에도 유가보조금, 수산직불금, 쌀직불금 등 보조금이 지급되는 곳이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부정 사례가 나왔다.

국민의 세금인 국고보조금을 가로채는 것은 엄연한 범죄다. 일반 국민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갖게 하고 다른 곳에 써야 할 국가 재정을 축내는 일이다. 그런데도 부정수급 규모가 매년 증가한 것은 도덕적 해이도 있지만 당국의 관리감독이 부실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보조금 부정수급에 대한 관리강화가 필요하다. 정부가 늦게나마 보조금 전담 감시팀을 만들고 부정수급을 공익신고 대상에 넣은 건 잘 한 일이다. 더 나아가 고의나 거짓 수령혐의가 확인되면 담당공무원도 처벌키로 했다고 하니 기대해볼 일이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