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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어 난립한 '공동주택 이름'…건설업계 "인지도 위해 불가피"

2019-10-08기사 편집 2019-10-08 18:5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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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브랜드명 짓기 위해 예산까지 투입, 분양 경쟁 치열해지면서 '고급화 전략'으로

대전지역에 자리한 공동주택 이름에 잇따라 외래어가 난립하고 있다.

영어식 표기는 물론, 단어를 단절시켜 합성해 사용하는 혼성어까지 사용되면서 주택명칭을 기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건설업계는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일종의 '마케팅 전략'으로 외래어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8일 한국감정원 부동산테크를 통해 조사한 2010년대 대전에 세워진 공동주택(400가구 이상) 40곳 중 29곳은 외래어를 차용해 이름을 지었다. 심지어 올해 분양한 단지인 대전아이파크시티, SK VIEW(뷰), 푸르지오센터파크, 대광로제비앙 등은 모두 외래어가 포함돼 있다. 앞으로 분양이 예고된 단지 또한 건설사 간 컨소시엄으로 인해 외래어로 된 브랜드가 합쳐져 더샵 리슈빌, e편한 세상 포레나 등으로 지어졌다.

가구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소규모 공동주택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외래어로 이름을 가진 주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10년 사이 세워진 일부 공동주택의 경우 베르디움, 해링턴플레이스, 로제비앙, 로하스엘크루, 엑슬루타워 등 이름에서 표현하고자하는 의미를 선뜻 파악하기 어렵다. 대부분 영어를 바탕으로 단절해 쓰거나 생소한 단어, 줄임말 등을 사용했다.

1990년대 세워진 공동주택은 대부분 우리말 이름을 가졌지만, 30여 년이 지나면서 우리말보다 외래어, 합성어 등으로 공동주택 이름을 짓는 추세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전민동에 거주 중인 정모(51)씨는 "대전에 새로 세워지는 공동주택은 과거와 달리 이름을 외우기가 어려울뿐더러, 의미도 파악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브랜드명을 각인시키는 것에는 효과적이겠지만, 생소한 단어로 인해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이 같은 현상을 주택수요자들의 수요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공동주택이 공급 대비 수요가 높은 탓에 건설사 또한 공동주택 명칭 선정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입주자들 또한 주거공간의 가치나 여건을 중요시하면서 건설사도 공동주택 명칭 선정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공동주택명에 파크, 에듀, 레이크 등 외래어로 된 '펫네임(Pet name)'을 붙여 주변 환경을 강조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중견건설업체 관계자는 "점차 공동주택 명칭에 외래어를 바탕으로 생경한 단어를 차용해 이름을 짓고 있는 추세"라며 "주거환경에 대한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고자 하는 점도 있고, 공동주택은 재산재로 입주민들 또한 주택가치상승에 따른 기대감도 투영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동주택 명칭에 외래어 포화상태가 나타나면서 다시금 우리말로 이름을 짓는 경우가 생겨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다른 중견건설업체 관계자는 "외래어로 이름을 지은 공동주택이 늘어날수록, 한편으로 우리말 이름을 가진 공동주택이 특별함을 갖게 될 수 있다"며 "영어식 이름 짓기의 출발이 생소함이었다면, 기억하기 쉽고, 발음하기 좋은 우리말이 다시금 유행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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