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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건축물 뒤 파란만장한 사연들

2019-10-09기사 편집 2019-10-09 16: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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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의 진짜 이야기] 우르술라 무쉘러 지음/김수은 옮김/열대림/ 352쪽/ 1만 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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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하늘에 우뚝 서서 세계인을 유혹하는 에펠탑,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베르사유 궁전, 동화 속 궁전 같은 바이에른 성, 불가사의한 건축물 피라미드…. 이 위대한 건축물들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며 우리를 열광시킨다. 우리는 그들이 내뿜는 매력에 꼼짝없이 사로잡히고 만다.

'건축사의 진짜 이야기'는 건축 현장의 무대 뒤편으로 시선을 돌려 명예와 권력, 열정과 갈채, 시기와 질투, 영광과 좌절로 점철된 건축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건축의 역사는 언제나 이야기들의 집합물이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부터 계획도시 브라질리아에 이르기까지 역사상 가장 유명한 건축물에 얽힌 수천 년 역사를 흥미롭게 풀어낸 이 책은 기념비적 건축물에 반드시 등장하는 자극적인 사건, 독특한 인물 이야기와 건축 기술에서의 구경거리, 놀라움과 시련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오만과 탐욕의 상징 바벨탑, 노동 창출 프로젝트였던 파르테논 신전, 투기와 부실공사가 극성을 부렸던 로마시대의 주택, 총체적 예술작품 베르사유 궁전, 오스망 남작에 의해 변화된 새로운 파리, 끊임없는 무용론 논쟁에 휩싸인 에펠탑 등을 둘러싸고 건축물을 권력과 명예의 도구로 활용했던 건축주와 그들의 건축가들이 벌이는 활약상이 4500년 긴 세월을 아우르며 숨가쁘게 펼쳐진다.

위대한 건축물 뒤에는 반드시 탁월한 안목을 지닌 고집스러운 건축주 또는 주문자가 있었으며 건축물에는 그들의 특징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베르사유 궁전을 건립한 태양왕 루이 14세는 자신의 명예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는 군주였다. 수많은 전쟁을 치른 후 자신의 위대함과 명예를 영원히 남기기 위한 가장 유효한 수단으로 그는 건축물을 선택한다. 건축가를 끝까지 신임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덕을 부리기도 했던 루이 14세는 그의 위대한 건축물에서도 가혹한 평가를 받았다. 반면 프리드리히 대왕은 건축 전문가는 아니지만 중요한 건물을 지을 때 직접 착상하고 스케치한 것으로 유명하다.

국가를 통치하는 권력자, 예술적 감각을 갖춘 후원자, 세련된 미적 취향을 교육받은 예술애호가, 과대망상증에 빠진 독재자 등 건축주들은 때로는 명예욕과 권력욕에 사로잡혀, 때로는 우리에게 시대를 뛰어넘는 작품을 남겨주기 위해 엄청난 돈을 낭비했고 국민들의 노동력을 착취했으며 건축가와 끊임없는 마찰을 빚기도 했다.

위대한 건축물에는 건축주뿐만 아니라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예술혼에 불타는 뛰어난 건축가가 있었다. 그들은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이자 공명심에 불타는 거장들이기도 하다. 건축가들은 때로 건축주의 주목을 받기 위해 무자비한 경쟁과 암투를 벌이기도 했으며, 건축사에 길이 그 업적을 남기겠다는 야망에 불타 자신의 영혼을 팔고 폭군을 위해 아방궁처럼 호화로운 궁전을 짓기도 했다. 그들은 또한 과대망상증 환자이기도 하다. 건축사상 위대한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나머지 타당성이나 비용은 고려하지도 않고 무모하게 실행에 옮기는 경우도 많았다.

미켈란젤로는 건축가로서 성 베드로 성당 공사를 맡아 건축주 교황 바오로 3세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았다. 그는 자신의 설계를 죽은 후에도 보장받기 위해 후계자가 미켈란젤로의 뜻대로 건축하든지 아니면 광범위한 부분을 철거하든지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전략을 짠다. 결국 최종 형태는 거장의 의도와 방침에 따라 만들어졌다.

오스망 남작의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탄생한 새로운 파리 시가지. 오스망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라는 모토 아래 인간과 기념물도 안중에 두지 않고 컴퍼스와 펜을 가지고 도시를 장악했다. 17년간의 재임 기간 동안 끔찍한 파괴를 규탄하는 사람들의 끊임없는 공격을 받아야 했지만 그의 작품 새로운 파리는 결국 완성됐다.

건축물은 권력의 상징이자 생활양식의 구현이며 예술적 능력의 표현으로서 각각의 건축물은 완성되기까지 실로 파란 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31편의 건축 드라마는 고집과 독창성, 행운과 불행 등 스펙터클한 사건의 연속이다.

"내 명예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하라"는 태양왕 루이 14세의 명령에 따라, 이후로 어떤 건축가도 쓰지 못했던 엄청난 액수의 경비를 들여 지은 베르사유 궁전. 그것은 과대망상일까? 무가치한 허영심만이 대작을 만들었던 모든 시대에, 권력자로서는 당연하고 정상적인 일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고대로부터 20세기까지, 이집트의 피라미드로부터 1956년 쿠비체크 대통령이 덤불 속에 착공했던 브라질의 새로운 수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우가 비슷했다. 건축주의 그러한 요청은 대부분의 건축가들을 독창성이 풍부한 예술가로 만들었다. 그래서 브루넬레스키는 피렌체 대성당 돔을 만들 때 돔 안에 와인 주점과 식당을 만들어서 인부들이 아침에 위로 올라오면 저녁까지 내려갈 필요가 없게 해주었다고 한다.

현직 건축가인 저자는 가장 높은 탑, 가장 화려한 왕궁, 가장 막강한 기념물을 만들겠다는 건축주와 건축가들의 과대망상증적 노력을 수많은 일화들을 통해 보여준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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