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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눈으로 본 미술세계

2019-10-09기사 편집 2019-10-09 16: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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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글/ 공진호 옮김/ 다산책방/ 424쪽/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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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주의의 대가 들라크루아는 고루하고 성실한 금욕주의자였고, 사실주의의 대가 쿠르베는 모든 프랑스 여자가 자신을 택할 거라고 자신만만해하다 시골 처녀에게 거절당한 나르시시스트였다. 드가는 여성을 혐오한다는 혹독한 오해를 받은 반면 보나르는 한 여인의 그림을 385점이나 그린 지독한 사랑의 상징이 됐다. 타고난 천재 같기만 한 피카소는 차분하고 도덕적인 단짝이었던 브라크를 평생 질투했다. 마네는 모델에게 생동감 있게 움직이라고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세잔은 사과처럼 가만히 있으라고 호통 치다 화가 나면 붓을 내팽개치고 화실을 뛰쳐나갔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 문학의 제왕 줄리언 반스의 첫 예술 에세이가 출간됐다. 이 책은 낭만주의부터 현대 미술을 아우르는 17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소설가로서 그는 눈앞에 펼쳐진 그림을 두고 작품의 배경이 된 사건과 그것이 그림이 될 때까지의 과정, 그를 거쳐간 손길과 화가의 삶, 그 앞에 섰던 다른 이들의 감상까지 집요한 조사와 정교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엮어냈다. 세부적인 것들을 포착해내는 타고난 소설가의 눈으로 그림을 바라보는 그는 드가와 브라크, 마그리트처럼 친숙한 화가들부터 아직 인지도는 낮지만 훌륭한 화가들의 진면목을 알게 한다.

또 예술에 대한 오랜 관심과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미술을 바라보는 방법에 대해 제안을 내놓는다. 그는 "예술의 미덕이나 진실성은 개인의 미덕이나 진실성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하면서도 "나쁜 미술, 즉 거짓을 말하고 속임수를 쓰는 미술 작품은 화가가 살아 있는 동안에야 무사할지 몰라도 "결국 들통나게 돼 있다"고 일갈한다. 하지만 결국 당대의 또는 후대의 수많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미술은 그 자체로서 가치를 지닌다는 그의 결론은 미술 앞에 선 수많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그림 한 점 앞에 선 우리 눈앞에 그것이 그려지던 순간의 한 토막이 수많은 장면이 되어 스쳐지나가고, 때로는 우습고 친근하며 때로는 경이롭고 가슴 뛰게 하는 주인공들이 마치 살아 숨 쉬듯 말을 건네온다. 저자는 그렇게 뻔한 비평 대신 예상치 못한 각도에서 다가와 지극한 즐거움을 선사하며 그림을 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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