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공동주택 명칭이 외래어 일색이어서 우리말로 순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파트 이름을 외래어 위주로 쓰는 데에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랄 수 있지만 생경한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혼란을 준다는 점에서 자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0년대 대전에 건립된 공동주택 40곳 중 29곳이 외래어를 채용해 아파트 이름을 지은 것으로 나와 충격이다.

아파트 명칭이 영어식 표기는 물론이고 단어를 단절시켜 합성해 사용하는 혼성어까지 사용되는 바람에 주택 명칭을 기억하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져 부작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노인이나 어린이들은 명칭을 외우기가 어려워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찾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일어나고 있다. 생소한 단어나 줄임말 등을 사용하면서 이름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를 파악하기 곤란한 경우도 수두룩하다. 가구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소규모 공동주택이 오히려 이런 이름의 주택이 더 많아 그야말로 국적불명의 아파트 명칭이 홍수를 이룬다. 1990년대만 해도 대부분 우리말 이름을 가졌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말보다 외래어, 합성어 등으로 공동주택 이름을 짓는 추세로 바뀐 건 주택의 수요 변화에서 원인을 찾는다.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게 정설인 모양이다.

다행히도 공동주택 명칭에 외래어 포화상태가 나타나면서 다시 우리말 이름을 짓는 경우가 생겨날 것이란 점이다. 기억하기 쉽고, 발음하기 좋은 우리말이 유행할 거란 얘기다. 알기 쉽고 부르기 쉬운 우리말을 두고 도통 이해하기 힘든 아파트 명칭은 주거 가치나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다. 세종의 첫 마을, 나릿재, 범지기, 둔지미 등 우리말 아파트 명칭은 본받을 만하다. 사회 전반에 걸쳐 외국어 상표나 무분별한 디지털 약어, 은어, 속어 등이 범람하는 건 좋은 현상이 아니다. 평소 곱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우리 스스로 외면해선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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