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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훈 칼럼] 낙관한다고 경제 좋아지나

2019-10-10기사 편집 2019-10-09 18: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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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갈수록 안 좋다. 성장률은 떨어지고 물가마저 마이너스다. 생산과 소비, 투자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고용한파는 이미 오래전 불거진 일이다. 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를 기록할 정도다. 미중 무역전쟁 등의 영향으로 잘 나가던 수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어쩌다 한두 번 그런 게 아니라 지난해 12월 이후 10개월 연속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통계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러다 일본처럼 장기 불황에 빠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마이너스 물가는 디플레이션의 신호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도 침체 조짐이 나타나고는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이 유난히 안 좋다는 게 문제다. 세계무역기구가 집계한 올 1-7월 수출실적을 보면 세계 10대 수출국 대부분이 지난해보다 줄었다. 유일하게 중국만 수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감소 폭이 10대 수출국 가운데 가장 컸다. 미중 무역전쟁과 보호무역주의 등의 영향을 받은 탓이지만 수출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주력상품인 반도체 등의 수출이 중국과 미국에 편중된 탓이다. 경제성장의 핵심 역할을 하는 수출이 부진해 정부의 올 성장률 목표치 달성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문제는 지금의 위기 상황을 어떻게 받아 들이냐 하는 것인데 당국의 인식은 한가롭다. 2개월 연속 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정부와 한국은행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물가가 지속적인 하향곡선을 그려온 가운데 마이너스로 추락한 것은 우려가 크다. 저물가와 수출 하락이 이어지는데도 지난달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음이다. 지난해 고용지표가 악화됐을 때도 정부는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고 했지만 과연 나아진 게 있는지 묻고 싶다.

정부와는 달리 오히려 외국서 잇달아 경고를 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S&P는 우리나라 올 성장률 전망치를 2%에서 1.8%로 낮췄다. 저성장, 저물가를 반영한 탓이다. 더구나 올해는 세계 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신임총재는 지난 주 "미중 무역전쟁과 브렉시트 등의 예측 불가능성이 대규모 경제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도 올 세계경제를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안 좋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경제사정이 악화되고 있는데 글로벌 경제까지 위기라면 그야말로 최악이다.

상황에 대한 인식 차이는 있을 수가 있다. 컵의 물이 '반이나 남았다'고 하는가 하면 '반밖에 남지 않았다'고도 한다. 경제를 보는 눈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물론 지나친 걱정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객관적인 지표를 외면하거나 일부만 침소봉대해선 안 된다. 낙관론을 편다고 경제가 좋아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진단이 정확해야 효과적인 처방을 내릴 수가 있다. 근거 없는 낙관론은 상황만 악화시킬 뿐이다. 적절히 대응할 기회조차 놓치게 만든다. 결국 그 피해는 기업과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국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문제다. 지금의 우리나라 경제는 누가 봐도 심각한 위기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서 시작된 '조국 사태'가 온통 나라를 두 쪽으로 갈라놓고 있다. 정작 중요한 경제는 뒷전이다. 대응을 서둘러도 시원찮을 판에 정부와 정치권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맑은 날 우산을 준비해야 위기를 줄일 수 있다. 비가 내리고 폭우까지 온다는데도 낙관론만 펴고 있으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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