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종 청운대학교 총장
이우종 청운대학교 총장
지난 9월 초 옌타이(煙臺)를 거쳐 베이징, 내몽고, 그리고 장춘(長春)을 순회하는 5일 일정을 소화했다. 몇 달을 공들여 왔던 중국 자매대학과의 확장된 교류 협약서 체결 및 합작 프로그램 점검, 신규대학 발굴 및 상호 학생교류 제안, 국제 학술포럼 참석 등 숨가쁜 일정을 마무리 했다. 이제 1년이 채 안된 새내기 총장에게는 고된 출장이 틀림없었으나, 녹록치 않은 현재의 한국 지방대학 현실을 감안한다면 총장실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한국의 지방대학이 위기라는 말은 오래 전부터 제기되었고, 그 `불길한 예상`은 현재 정확하게 적중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은 이젠 더 이상 놀라운 일도 아니다. 지방대학은 입학자원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 대학이 위치한 지자체는 지역주민 고령화라는 악순환을 감내하고 있는 중이다. 지방대학의 몰락은 고급인력의 외부 유출, 지역의 고용 창출 및 소득 저하 등 지역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태생적으로 지역사회에 헌신하고 상생하고자 노력하는 대학들도 작금의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는 `저출산`, `학령인구 감소`라는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오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대학 운영의 대부분을 학생의 등록금에 의지하는 지방대학들은 지속적인 국내 학생 수 감소로 신입생 선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 고민은 수도권 대학에 비해 더 깊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비관적 현실에서 당장의 살림살이를 고민해야 하는 지방대학들은 자연스럽게 해외 유학생으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고, 실제로 많은 대학이 유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실정이다. 2019년 교육기본통계에 의하면 외국인 유학생이 2015년 9만 여명에서 2019년에는 16만 여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학생 유치, 등록금 동결, 줄어든 정부 재정지원, 유학생 수로 평가하는 교육부의 대학 국제화 역량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들이 `유학생 모시기`라는 자체적인 생존전략으로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오려는 자구책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많은 대학이 유학생 유치 및 증가에 대비한 충분한 사전준비 없이 무분별하게 유학생을 선발하는 것에 있다. 대학의 단순하고 근시안적인 유학생 선발은 수업의 질을 떨어뜨리고, 학생들 간 갈등을 초래하며,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병폐를 야기한다. 이는 대학의 설립 이유, 즉 대학이 창학이념이나 핵심가치로 주장하는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나 `인재양성` 또는 `대학의 세계화`와는 분명히 거리감이 있다. 그러므로 외국인 유학생 16만 여명 시대에 대학과 정부는 유학생 선발에 앞서 보다 체계적인 교육여건과 행정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각 대학은 재정에 도움을 되는 고육지책으로서 `묻지마` 식 유학생 선발을 지양하고 학생의 직전 학교성적, 수업계획 및 재정능력 등 철저하고 체계적인 자체 검증을 통해 선발해야 한다. 또한 선발된 유학생이 안정적으로 대학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멘토링, 문화체험, 한국어 교육, 그리고 취업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만족도를 향상시켜야 한다. 유학생 취업의 우수사례를 발굴해 졸업 후에도 한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글로벌 시대에 다양성을 포용하고 차별 없는 캠퍼스 문화 정착, 학비와 생활비 부담 경감에 대한 대학의 고민도 필요하다.

이와 같은 대학의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부의 지원체계가 확립돼야 한다. 현재 지방대학은 신입생 충원이 수도권 대학에 비해 현저히 어려운 상황인 가운데 외국인 유학생까지 수도권 대학에 집중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정부가 지급하는 자비유학생 장학금을 지방대학에 우선 할당하거나, 교육국제화역량인증제 관련 지방대학 인증기준을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 지방대학 출신 유학생이 졸업 후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취업비자기준 완화, 유학생 전용 취업정보 시스템화 등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 교육부는 지방대학과 합심해 양질의 유학생을 유치하고 교육해 상생발전 할 수 있는 여건마련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우종 청운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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