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병원 이용하기 릴레이 인터뷰 ② 최원준 건양대병원 의료원장

최원준 건양대학교병원 의료원장. 사진=건양대병원 제공
최원준 건양대학교병원 의료원장. 사진=건양대병원 제공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각종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책까지 내놨지만,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은 여전하다. 대전지역 1-2차 병원은 물론이고 3차 병원으로 분류되는 상급종합병원까지 서울 및 경기지역 대형병원에 환자를 뺏기는 상황이다. 환자 유치를 위한 지역 의료기관의 서비스 질 개선과 인프라 확충이 어느 때 보다 시급하다. 이에 본보는 `지역병원 이용하기` 차원으로 지역 의료기관들의 현 상황과 주민 요구에 부합하는 병원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본다. 두 번째 순서로 지역 대표 대학병원인 건양대학교병원 최원준 의료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와 관련한 과제와 대책 등을 짚어봤다.

-많은 지역 주민들이 수도권 종합병원을 고집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희귀난치병이 아니라면 지역 의료기관에서도 치료가 충분하다고 본다. 정부가 발표한 데이터를 보더라도 지역 의료기관의 질적·양적 의료수준이 높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주요 암에 대한 치료와 응급의료센터에 대한 정부 평가는 지역의료기관도 수도권에 뒤처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역 환자들은 수도권 병원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지역 병원들은 의료수익 창출에 따른 재투자를 망설이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환자들이 지역 의료기관을 신뢰하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막연히 서울로 올라가면 다 좋을 것이라는 생각은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다. 긴 대기 기간과 비용, 가족들의 노력, 사후관리 등 모든 부분을 종합해보면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본다. 병원 서비스의 질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지역 병원들은 인구 대비 병상 수가 타 지역에 비해 많고 응급의료체계도 잘 갖춰져 있다. 주민들이 더 이상 수도권 대형병원을 찾지 않도록 믿고 찾을 수 있도록 지역 의료기관들의 공통된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 환자 유치를 위한 선결 조건은.

"단지 가깝다는 이유로 환자들이 지역병원을 무조건 찾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면 안 된다.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선결 조건은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에 있어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환자와 그 가족들을 돕고 위로하는 고귀한 일이 의료인들의 사명이다. 끊임없는 변화와 발전도 필요하다. 일례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의 경우 의료 수익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활로로 의료 기술 연구를 활발히 펼쳐 부족한 수익을 메우고 있다. 건양대병원은 의료서비스 기반을 확충하고 의과대학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연구역량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 이 같은 외적인 노력과 함께 환자들의 바람을 직접 청취하고 가려움증을 실질적으로 해소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시민들은 지역 의료기관의 친절도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지역 병원 이용률을 높이기 위찬 병원의 대책은 무엇인가.

"건양대병원은 환자 중심의 의료문화 조성을 위해 `환자경험향상 TF팀`을 구성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개선해나가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환자들의 불편한 점을 파악해 환자 중심의 의료 프로세스와 질적인 향상을 유도하고 개선하고 있다. 지역사회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일반인들을 `고객 경험 자문 위원`으로 초빙해 분기별로 간담회도 열고 있다. 병원 내부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병동 등을 대상으로 한 내부 평가를 주기적으로 실시해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평가 결과가 좋지 않은 부서에 대해선 징벌적 조치가 아닌 대화와 격려를 우선하고 있다. 의료인들의 마인드 변화는 환자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긍정적으로 바꾼다. 이는 결국 환자들에 대한 의료서비스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건양대병원만의 특화된 의료 인프라를 소개해달라.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정밀의료가 주목받고 있다. 이에 발 맞춰 건양대병원은 맞춤형 정밀의료 시스템을 구축했다. 다양한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이 굳이 수도권 대형병원을 찾지 않아도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병원의 목표다. 건양대병원이 2017년 중부권 최초로 도입한 IBM의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는 인공지능 의사로 불린다. 왓슨은 환자의 진료기록을 근거로 방대한 의학 논문과 치료 자료들을 빠르게 분석해 결과를 제시해 의사들의 정확한 치료법 제안을 돕는다. 테이블 모션 기술이 접목된 4세대 로봇수술 장비인 `다빈치 Xi`를 도입·가동해 최첨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도 초정밀 의료기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해 지역민의 건강향상에 기여하겠다."

-건양대병원의 새병원(제2병원) 신축에 대한 관심이 높다. 내년 10월 문을 여는 2병원을 통해 추구하는 목표는.

"건양대병원은 현재 제2병원을 건립하고 있다. 2병원은 지상10층, 지하4층 430여 개 병상 규모로 지어진다. 새 병원 설계에 주안점을 둔 사항은 감염관리 최적화다. 클린존과 감염위험 구역 등을 철저히 구분하고 감염환자와 일반 환자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출입구를 세분화 할 계획이다. 각종 음압시설과 공조시설도 구축할 것이다. 새 병원은 단순히 병상수를 늘리는 외연 확장이 아니라 의료서비스 향상에 초점을 맞춰 환자 중심의 병원이 될 것이다. 첨단 ICT 기반의 진료시스템과 쾌적한 4인실을 기준 병상으로 해 중부권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이끌어 나갈 것이다. 정밀의료 서비스를 필두로 `건강검진`의 개념이 아닌 `건강증진과 예방` 차원의 제반 시스템도 갖출 것이다. 공사로 인한 병원과 주차장 이용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10월 중 새 병원 지하 주차장을 우선 개방할 예정이다." 김용언 기자

◇최원준 건양대학교병원 의료원장은

최원준 건양대병원 의료원장은 2016년부터 현재까지 병원을 이끌고 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나와 동 대학원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9년 고려대학교부속 구로병원에서 전공의 수련을 마쳤다. 2000년 건양대병원 일반외과 근무를 시작으로 병원과 인연을 맺었다. 2003년 일반외과 부교수, 2011년부터 교수직을 이어오고 있다. 2013-2016년 제2진료부원장을 지냈다. 2015-2016년 의과대학장을 지낸 그는 2016년 병원장에 취임했다. 2017-2019년에는 대전·세종·충남병원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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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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