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인문학] 권대영 지음/헬스레터/ 392쪽/ 3만 5000원

"무엇으로 밥을 먹지?"

한식을 표현하는 가장 짧은 문장이다. `무엇을 먹을까가 아니라, 무엇으로 먹을까`이다. "오늘 (점심) 뭐(에다) 먹지?" 이 때 `무엇(뭐)`은 반찬이다. 하나의 음식(food)을 먹는 서양 문화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서양은 하나의 음식을 먹는다. 반면 한식은 하나의 식단, 밥상(diet)에서 밥과 반찬을 먹는 문화다. 주식인 밥을 다양한 반찬으로 한 끼를 먹는다. 한식은 `건강한 밥상`의 최고 조건을 갖췄다. 누구나 입맛과 기호에 따라 반찬에 대한 젓가락 선택권을 끝까지 보장받는다. 이는 음식 다양성의 관점에서의 한식 인문학 출발점이다.

`한식 인문학`은 음식 다양성의 보고(寶庫)인 한식을 과학으로 재해석한 대중서다. 공동체 농경문화로 발전하며 성장해 온 오천 년 우리나라의 음식 역사의 원형과 기원, 미래까지 과학자의 통찰력과 사유로 서사적 문맥을 갖춰 쓴 음식인문학서다. 한식 인문학의 출발점은 우리 민족의 삶 자체인 것이지, 고문헌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식은 지금까지도 재해석이 불가한 신화적(神話的) 특권의 영역을 누려오고 있다.

한식은 역사의 길목 곳곳에 오류가 있다. 과학자인 저자는 고착화된 `고추 일본(임진왜란) 전래설` 등에 의문을 품고 유전자 분석, 고문헌 해석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검증했다. 오류 지식은 바로 잡고, 증거는 낱낱이 스토리텔링으로 재구성한다. 한식의 미래를 위해 한국의 장수벨트 구례, 곡성, 순창, 담양의 소박한 식단을 소개한 후, 우수성에 대한 빅데이터 청사진도 배치할 것을 주문했다. 세계의 장수지역인 지중해와 프랑스, 북유럽과 북극해, 일본 오키나와 지역의 건강 음식과 한식을 비교 분석했다. 지속 성장의 눈으로 한식에 희망을 품게 했다. 우리 고유의 식문화와 맛, 그리고 미래까지 과학자의 눈으로 발굴한 것들이다. 음식 다양성의 관점에서 세계 건강 음식군에 또 하나의 장르로 `맞춤형 한식`으로 꽃 피울 것을 제안했다.

책을 읽는 내내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대목과 마주한다. 한식에서 나물은 가족과 행복한 일상의 음식이다. 다산 정약용도 그랬다. 싱싱하거나 데친 채소, 삶은 고기에 갖은 양념을 넣고 무치는 손맛 정성은 한식에 농축된 우리말 조리용어다. 한식만의 비가열 조리다. 무치고, 비비고, 버무리고, 주물럭거리며 섞는 과정에서 반드시 손을 사용한다. 한식은 고열조리(100-700℃)를 하지 않는 손맛 정성이 핵심이다. 저열조리(100℃ 이하)는 나물 반찬의 다양화로 진화한다.

건강한 음식은 굽거나 튀김보다, 데치거나 삶는 등 최소한의 열처리가 중요하다. 조리 온도는 음식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건강한 맛을 내는 양념문화와 이런 장점을 갖춘 발효음식이 발달하는 이유다. 우리나라가 양념문화와 발효문화가 꽃을 활짝 피우게 된 배경이다. 고추, 마늘, 파, 양파, 생강 등 갖은 양념을 고유의 발효식품인 간장과 고추장, 된장, 전통발효식초 등을 활용해 맛있게 먹는 수단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우리나라의 농식업 규모가 연간 500조원 시대다. 2020년 우리나라 예산 규모다. 이 중 식품제조 70~80조 원, 외식산업 130-140조 원, 농업생산 70-80조 원, 가정에서 먹는 것까지 합하면 약 250조 원(수입 농산물 포함, 식량 자급률은 약 25%)이다.

음식의 새 관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산업화 과정에서의 생산 로직(logic)에서 벗어나, 맛과 문화, 관광 그리고 삶의 통섭적인 다양성 관점이 필요하다. 생산자 관점의 맛 표준화는 칼로리 중심이어서 비만과 대사성 질환을 불러왔다. 저자는 미래의 음식은 소비자와 소통하면서 품질의 신뢰를 얻는 다양성, 즉 인문학적, 미식학적(가스트로노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식 인문학`은 `한식은 무조건 좋다`는 신화에 대한 도전장이다. 한식의 오류와 진실을 정면에서 마주하면서도, 한식의 원형과 탄생 및 본질, 그리고 맛과 영양까지 한국의 장수벨트 지역인 구곡순담(구례 곡성 순창 담양)의 소박한 식단의 가치를 깊이 있게 다뤘다. 한식에 대한 깊은 성찰이자 원더풀 한식을 고대 화석의 해석같이 유쾌하고 장엄하게 써내려 간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읽어볼만 한 한식인문학서다. 한식의 과학적 연구에 늑장을 부려온 반성과 질타 뿐 아니라, 연구 태만으로 한식의 인문학적 빈곤을 겪은 국민들에 대한 미안한 심정도 고백했다.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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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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