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구단인 프로축구 대전시티즌이 기업구단으로 변신을 꾀할 모양이다.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더니 투자유치로 포장된 채 결국 기업에 넘어갈 운명에 놓였다. 구단주인 허태정 대전시장은 어제 대전시티즌을 정상화하기 위해 국내 대기업과의 물밑 접촉을 통해 투자 의향 기업을 물색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관심을 보인 대기업과 비공개 실무협상을 벌여왔다고 해 시티즌의 기업구단 전환이 본격화되는 형상이다. 이달 중으로 상호 협약을 체결하고 연말까지 본 협약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시티즌이 기업구단으로 바뀌면서 매각이냐 기업의 투자유치냐를 놓고 옥신각신 하는 모습이다. 시 입장에서 보면 구단을 매각할 경우 시민구단을 팔아먹었다는 비난에 시달릴 것이 뻔해 기업의 투자 유치에 방점을 찍은 듯하다. 시가 구상한 대로라면 이전처럼 대전에 연고를 두고 기업이 선수 구성과 연봉 협상 등 구단 운영 전반의 주도권을 갖게 된다. 대신 시는 월드컵경기장과 클럽하우스를 제공한다는 입장이어서 투자 유치보단 매각에 더 무게감이 실린다고 볼 것이다. 하지만 시가 해마다 80억 원에 이르는 세금을 기업이 투자케 하면서 주도권을 갖고 운영 권한을 행사하게 한다는 측면에선 투자유치로 보는 시각도 있다. 허 시장 역시 "매각은 가치를 평가해 파는 것"이라며 매각설을 일축했다고 한다. 시가 접촉한 대기업에서도 시티즌을 단순히 유지하는 것보다 투자를 통해 국내 최고 프로구단으로 만들겠다는 의향을 전한 점은 향후 기업구단 전환 과정이 순탄할 것임을 예고한다.

어떤 기업이 구단주가 되느냐는 시티즌 구성원뿐 아니라 팬과 시민들에겐 중요한 관심 사항이 아닐 수 없다. 기왕 실무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밝힌 만큼 참여 기업을 이 시점에서 공개하는 것도 나빠 보이지 않는다. 양해각서 체결을 앞두고 있다면 매각이나 투자유치가 중요하지 않다. 지금 단계에선 시티즌이 적자 구단이란 오명을 벗고 팬과 대전시민의 사랑을 받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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