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맨과 와스프`는 국내에서 흥행을 거둔 마블영화다. 다양한 액션과 유머로 관객들의 흥미를 끈 이 영화는 주인공인 앤트맨과 와스프가 양자 세계에 갇힌 와스프의 엄마 재닛 반다인을 구해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의 한 장면에는 앤트맨이 전자발찌를 찬 채 가택연금 상태로 활동 범위는 자택이 전부다. 하지만 와스프의 도움을 받아 전자발찌는 벗고 밖으로 나온다. 당시 대부분의 관객들은 영화라는 이유로 이 같은 장면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는 않았겠지만 이는 위법이다. 현실에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다.

그렇지만 부착된 전자발찌를 강제 해제하고 자유의 몸이 되어서 거리를 활보하는 영화와 같은 비상식적인 일이 현실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마치 현실세계와 영화 속 장면이 뒤바뀐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비일비재하다.

전자발찌는 위치추적 전자장치 등을 이용해 팔찌나 발찌 착용자의 위치나 상태를 감시하는 장치다. 재범 방지를 위한 감시수단인 것이다. 미국 뉴멕시코주 지방법원의 잭 러브 판사가 1984년 실용적인 전자발찌를 고안한 뒤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부터 성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웠다. 이후 미성년자 유괴범, 살인범 등으로 적용 범위가 점차 확대됐다. 전자발찌 시스템은 3개의 개별 장치로 구성돼 있다. 발목에 착용하는 `전자발찌`, 부착자의 현재 위치를 파악해 관제센터로 정보를 보내는 `휴대용 추적장치`, 대상자의 재택여부를 확인하는 장치인 `재택 감독장치`다.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도입한 전자발찌가 어찌 된 일인지 장식품으로 전락하고 있는 듯 하다. 최근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성범죄자가 11시간 만에 자수하는 사건이 발생하는가 하면 휴대용 위치 추적장치를 빼고 술을 마신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전자발찌 도입 10년이 지났음에도 전자발찌는 끊고 도주하는 등의 사례가 끊이지 않으면서 내구성에도 의구심이 든다. 재범 방지를 위한 장치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다. 범죄자들이 전자발찌를 끊고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하는 동안 국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한다. 재범률을 낮추기 위한 전자발찌가 목적은 무색케지고 단순한 장식품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황진현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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