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한국화학연구원 박사
고영주 한국화학연구원 박사
2016년 3월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 리 인공지능의 뇌기능을 한 것은 컴퓨터의 기억·해석·연산·제어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인 CPU 1920개와 영상·음성·게임 등을 처리하는 그래픽카드인 GPU 176개였다. 이 때 알파고 인공지능은 1㎹의 엄청난 전력을 소모했다. 때문에 알파고의 최대과제는 인간을 이기는 것이기도 하지만 초저전력으로 초고속 성능을 가진 처리장치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그 뒤에 더욱 발전해 커제를 이긴 알파고 마스터와 기보를 배우지 않고도 스스로 강화학습을 통해 알파고 리를 이겨버린 알파고 제로는 인공지능전용 반도체인 TPU를 4개 사용, 전력소모를 1/10 수준으로 줄였다. 인공지능을 위해서는 초고속, 초고성능 초저전력 반도체가 필수이며, 그 핵심에 화학기술이 있다.

미래 자동차로 각광받는 자율자동차의 핵심도 초고속 초저전력 반도체와 배터리로 사용되는 이차전지, 차체 무게를 줄이기 위한 초경량 소재기술 등이다. 수소자동차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며 공기 중 산소와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연료전지가 핵심이다. 모두 화학기술이다. 과거의 자동차는 기계엔진이 핵심기술이었지만 미래의 자동차는 화학기술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스마트폰·컴퓨터·TV·디지털 카메라 등 IT기기에 사용되는 액정인 LCD와 OLED 디스플레이는 폴리이미드필름 등 화학제품이 67%에 달한다.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필수로 사용되는 다양한 감광제도 모두 화학물질이다. 스마트폰의 스크린·배터리·케이스·칩 등도 모두 화학기술이다. 우리 삶의 일상은 화학기술이 없이는 어려운 것이다.

질병을 예방하고 진단하며 치료하는 의약품의 85%는 화학물질과 화학기술로 만들어진다. 또 현재의 식량생산량으로도 모두 인간적인 생존이 가능하게 된 것도 화학기술 덕분이다.

인류의 문명은 하늘로 우주로 향하고 있다. 인공위성이나 우주탐사선이 대기권을 통과할 때 1600도 온도를 견뎌야하며, 우주로 나가면 영하 160도를 버텨내야한다. 이 온도를 감당하도록 몸체에는 합금·탄소섬유·차폐제·코팅제 등이 사용된다. 엔진은 초당 7.9㎞ 속도의 추진력을 가진 고체·액체 화학추진체가 필요하다. 화학기술이 없이는 우주시대도 불가능하다.

화학은 이렇듯 인공지능·자율자동차·스마트폰·식량 및 의약품·우주시대를 관통하는 핵심과학이자 요소기술이다. 인류 문명의 핵심에는 화학이 있는 것이다.

반면에 화학은 가습기 살균제 등 생활 속 위험을 야기하기도 한다. 편리하게 사용해온 플라스틱은 인류의 건강과 환경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인류의 에너지와 전기를 해결해준 석유와 석탄기반 산업·사회시스템은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문제를 일으키며 인류문명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종 바이러스는 인간과 동물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신종 질병을 가져다주고 있다.

최근 화학연구는 인류문명에 밝은 영향을 미치는, 긍정적 측면을 확대하는 한편, 환경과 건강 등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문제를 예방하거나 처리하는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 기술혁신이 확산될수록 화학에 대한 수요는 커질 것이고 환경과 건강을 위한 국민의 요구는 강해질 것이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우리나라 유일의 화학전문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서 제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소재·IT와 에너지 및 자동차 분야 소재·질병치료제 후보물질과 친환경 농약·썩는 플라스틱 등 친환경 바이오화학소재·석유나 석탄대신 온실가스 자체를 자원으로 활용해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등 다양한 친환경 화학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화학연 주변에는 많은 화학분야 기업연구소가 자리 잡고 있고 대덕연구개발특구의 화학연구단지를 구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의 화학기반 미래 신산업기업 육성과 지역의 악취, 환경, 안전 문제 등과 관련한 이슈를 주제로 시민사회와 소통하며 대응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환경과 건강에 문제가 없는 화학, 인류를 위한 화학, 지구를 위한 화학은 선택이 아닌 인류 문명의 필수다. 대전의 화학연은 다른 출연연·대학·기업·시민과 함께 이같은 미래를 꿈꾸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고영주 한국화학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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