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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광어

2019-11-12기사 편집 2019-11-12 08: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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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에 가면 가장 만만한 메뉴로 꼽히는 광어회. 그러나 국민횟감으로 자리잡은 건 의외로 얼마 되지 않는다. 1980년대만 해도 회는 상당히 비싼 음식이었다. 그 중에서도 광어는 고급 어종으로 꼽혔다. 그나마 서민들이 맛 볼 수 있는 회는 붕장어였다. 소주잔을 기울이며 아나고(붕장어)회를 맛나게 먹던 어른들의 모습은 이제 기억 속에서도 바래져 간다. 광어가 높은 곳에서 대중 속으로 내려온 건 1990년대 대량 양식이 성공하면서부터다.

쫀득한 식감과 특유의 향 때문에 회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흰 살 생선 중 광어를 단연 최고로 친다. 그러나 요즘 광어 체면이 말이 아니다. 팔 곳이 마땅치 않아 폐기되는 신세다. 지난달 출하 가격이 1kg에 8400원 정도로 2년 전 값어치의 반토막 수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광어는 일본 때문에 흥했다가 일본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에서도 광어는 고급 어종으로 대접받아왔다. 일찌감치 양식에도 성공했다. 외화벌이에 여념이 없던 우리나라는 일본 수출을 위해 1980년대 중반부터 광어 양식 기술을 연구했다. 치어를 키우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지만 문제가 있었다. 광어 수정란을 인공적으로 얻는 기술이 없어 수정란이나 치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할 수 없이 일본에서 수정란을 사오다 보니 수지를 맞추기 어려웠다. 그러다 1990년대 초반 인공수정 기술이 개발되면서 광어양식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됐다. 현재 전세계 양식 광어의 90%를 차지할 정도다. 요즘 많이 회자되는 '탈일본'이 광어 양식 분야에서는 일찌감치 이뤄졌던 셈이다.

올해 날씨가 좋아 광어가 풍작이다.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여기에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에 앙심을 품은 일본이 광어 위생검사를 어렵게 해 수출길도 좁아져 폭락 사태까지 일어났다.

처량해진 광어의 신세를 달래줄 방법도 일본에서 찾을 수 있다. 수산업계 아마존이라 불리는 일본 '하치멘롯비'다. 2011년 벤처기업으로 창업한 이 회사는 소규모 식당이 생선조합, 어부, 도매시장 등에서 바로 수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앱을 개발했다.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복잡한 유통구조를 효율화 시키자 절반 가격에 더 신선한 생선을 살 수 있게 됐다.

유통마진이 줄어 가성비만 좋아진다면 광어를 일부러 내칠 이유가 없어질 것이다. "광어값이 떨어졌다는데 왜 횟값은 안 떨어지냐"는 볼멘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이용민 지방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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