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데 이어 공수처 설치법 등 검찰개혁법안도 내달 3일 본회의 부의될 예정인 가운데 본회의 상정 및 표결처리를 둘러싸고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 부의된 선거법 개정안은 의원 정수 300명을 유지하면서 지역구는 현행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는 현행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면서 연동률 50%을 가미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안은 지난 4월 30일 정개특위에서 한국당을 제외한 민주당 등 여야 4당이 합의안을 마련해 패스트트랙에 올린 것으로 한국당은 이의 철회를 요구하며 황교안 대표가 단식투쟁에 나서는 등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선거법과 연동되어 있는 검찰개혁법안이 내달 3일 본회의에 부의되면 1차로 정기국회 종료일인 내달 10일까지는 표결 처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늦어도 내년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내달 17일 전에는 처리를 해야 선거준비 등이 원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선거법이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가로놓여 있다. 우선 한국당의 반대를 어떻게 뛰어넘느냐는 것이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자체의 불법성을 주장하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선거법의 무효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당은 이날 국회에서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고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을 저지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주력했다. 이 자리에서는 필리버스터를 통한 시간끌기부터 의원직 총사퇴 및 모든 의원 단식 돌입 등의 극단적 방안 등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제1야당 대표가 목숨을 내놓고 투쟁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기어이 부의를 강행하는 것은 금수만도 못한 야만의 정치"라며 "좌와 우를 떠나, 이념이고 사상이고를 떠나 우리가 이제 정치의 본질로 돌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모든 것의 끝엔 문재인 대통령께서 있다. 공수처와 선거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소위 흥정하여 통과시키겠다는 그 의지를 꺾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불법의 연속의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여당에게 내린 이 명령을 거두시라"고 촉구했다.

반면 패스트트랙을 견인하고 있는 민주당은 가능하면 한국당을 포함해 여야 합의안 도출을 위한 협상에 진력하되 끝내 결렬되면 국회법에 따라 표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에 따라 이날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과 함께 `4+1 협의체` 회동을 갖고 이견 조율에 나서는 한편 한국당이 협상장으로 나올 것을 압박했다.

이와 관련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선거법의 핵심은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느냐인데 한국당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입장"이라며 "한국당이 이를 수용하면 그때부터 매우 유연하게 협상에 임할 수 있고 실제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김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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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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