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 등 '워라밸' 문화 확산으로 기업 회식·송년회 변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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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로시간제 도입 등으로 워크라이프밸런스(work-life balance·워라밸)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기업들의 회식과 송년회 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음주가무가 주를 이루던 술 중심의 송년회에서 영화 관람 등 문화 활동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전 직원이 예외 없이 참석해야 하는 회사 차원의 거창한 송년회는 사라지고, 각 조직·부서별로 적은 인원이 모이는 `작은 송년회`가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대전에 본사를 둔 KT&G는 올해도 회사 차원의 송년회를 마련하지 않는다. 벌써 2-3년 전부터 `관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말 회식은 부서별로 영화를 관람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등 일상적인 모임이 전부다. 음주를 하더라도 볼링을 친 후 맥주를 한잔하는 등 레저활동과 결합된 가벼운 수준에서 마무리한다. 과거 장기자랑, 건배사 등으로 진행되던 송년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KT&G 관계자는 "음주가 중심이 되던 송년회 문화는 거의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 요즘은 스포츠를 같이 즐기거나 취미를 공유하는 등의 `문화 회식`을 많이 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계룡건설은 올해 송년회를 각 직원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회식은 업무 연장으로 읽힐 수 있는 까닭에 송년회 또한 주 52시간 근무제의 취지와 어긋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직장내 괴롭힘 등이 사회적 이슈가 되며 높은 직급의 직원이 의견을 내기 보다는 낮은 직급의 직원이 의견을 제시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회식을 원하는 직원은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연극, 공연을 관람하거나 술을 곁들인 가벼운 식사를 하는 등 각자의 방법으로 연말을 보내는 식이다. 계룡건설 관계자는 "요즘 직원들은 회식을 좋아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주 52시간 근무제 등의 영향으로 회사 내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철도(코레일)에서는 회식문화 자체가 사라져가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 조직 전반에 안착한 때문이다. 부서별로 가끔 회식이 이뤄진다고 해도 밤 9시 안으로 1차에서 끝이 난다. 술을 마시지 않고 저녁식사만 하는 경우도 많다. 송년모임을 의미 있는 봉사활동으로 채우기도 한다. 코레일 한 부서는 오는 11일 지역 지체장애인들과 함께 기차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주 52시간제가 아니더라도 술 중심의 문화는 빠른 속도로 퇴색해 가는 것 같다"며 "직원 각자 성향에 따라 함께 차를 마시거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문승현·천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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