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현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장
전재현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장
12월 1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이다. 지난 해 연말 관람객 995만 명을 불러 모으며 극장가를 달구었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는 전설적 록그룹 퀸의 천재 음악가인 프레디 머큐리의 삶과 음악을 재조명하는 동시에 에이즈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서 잠시 질문을 던져본다. 에이즈에 대한 공포와 혐오가 만연했던 1980-90년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HIV 검사를 미루다 검진 시기를 놓치고 세상을 떠나기 하루 전날에서야 에이즈 환자임을 발표한 프레디 머큐리가 만약 2019년 현재 대한민국에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그 상상을 위해 우리는 약간의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던 HIV와 에이즈, 용어의 정의를 살펴보자.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를 일컫는 말이며, 에이즈(AIDS: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는 HIV 감염으로 면역력이 저하되어 정상상태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결핵, 폐렴 등의 감염병이나 암이 발생하는 질병을 지칭한다.

2019년 대한민국의 프레디 머큐리로 돌아가 보면 HIV 감염여부 확인부터 감염인으로 살아가는 과정 모두가 다르다. 프레디 머큐리는 먼저 자가 검사키트로 감염여부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다. 임신진단키트와 비슷한 이 키트는 약국에서 구입가능하고 사용법 또한 간단한데 동봉된 도구로 잇몸을 훑어 검사 기구에 넣으면 20분 내 결과를 확인 할 수 있다. 한 줄은 음성, 두 줄은 정밀검사 대상이다. 물론 두 줄이 바로 양성은 아니다. 두 줄을 확인한 프레디 머큐리는 보건소를 방문해 혈액검사를 받는다. 익명도 가능한 이 검사는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혈액을 모두 걸러낸다. 결과는 양성추정. 여기까지도 HIV 감염이 아닌, 확률적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추정이다. 그의 혈액은 다시 필자가 근무하는 보건환경연구원으로 전달되고, 첨단장비를 통해 HIV 바이러스에 맞서 프레디 머큐리의 면역체계가 만든 극소량의 물질을 확인한다. 이 단계에서야 결과는 최종 양성으로 판정된다. 첫 질문의 답을 마무리하기 전 또 하나의 질문을 던져본다. 그렇다면 이 천재 뮤지션은 1991년과 같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해야 할까?

현재도 확실한 완치제는 없다. 이것이 이 병에 대해 신중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2019년의 의료진은 프레디 머큐리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법을 결정한다. 주치의는 프레디 머큐리에게 정기검사를 받으며 평생 약을 복용하면 수명을 30년 이상 연장시켜 준다고 강조하며 치료의욕을 북돋아 준다. 또한 주위 비감염자를 보호하기 위한 예방법 등의 교육도 하게 되는데 이미 식약처에서는 2018년 먹는 예방약을 허가했으며, HIV 고위험군이 이 약을 하루 한 알씩 복용하면 감염 위험을 최대 92%까지 낮추어준다고 한다.

질병은 인간이 연구하고 대처법을 개발해 나가면서 정복해 왔다. 한때 에이즈는 곧 죽음이라고 인식하였으나 이제는 간편한 자가 조기검진과 진단기술의 발전, 치료법의 발달로 더 이상 사형선고가 아닌 당뇨나 고혈압처럼 약을 먹고 관리를 하면 비감염인과 다름없이 사는 것이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복용법을 지켜 치료제를 복용하면 건강한 상태로 평균 수명까지 살 수 있다고 하니, 1991년 45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한 프레디 머큐리도 2019년 대한민국에서 살았다면 우리는 어쩌면`Love Of My Life`를 부르는 그의 모습을 더 오랫동안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 유전자치료 등 에이즈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완치제가 개발되어, 에이즈라는 질병에 의한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사회적 편견에 의한 정신적 고통까지 함께 받고 있는 환자들의 삶이 개선되는 길이 열리길 기대해본다.

전재현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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