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역사속의 황당한 세금 이야기

신윤식 한남대 교수
신윤식 한남대 교수
어느덧 12월이 됐다. 한해가 시작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다 저물었다. 12월에는 지나온 한해를 돌아보며 정리할 것들을 말끔히 정리하고 2020년 새해를 맞이해야 겠다. 사람마다 정리할 것이 많겠지만 세금 정리는 빠질 수 없다. 세금은 인간에게 항상 붙어 다니는 그림자와 같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세금을 피할 순 없다. 12월엔 자동차세를 비롯한 내야 할 세금을 모두 마감해야 비로소 올해가 정리되는 것이다.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은 25가지다. 우리는 한달에 2개 꼴로 세금을 내고 있는 것이다. 왜 이렇게 세금이 많은 걸까? 우리나라만 유독 이렇게 세금이 많을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는 것 같다. 세금은 전 인류의 공통된 고민거리다. 나라별로 별의 별 희한한 세금 제도도 있다. 독일이나 네덜란드에서는 개를 키우면 강아지세(Hundesteuer)를 내야 한다.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유기견 문제로 반려견 세를 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아일랜드에서는 소 한마리당 18달러의 방귀세를 징수한다. 구 소련에서는 독신남에게 싱글세를 부과한 적도 있다. 호주에서는 이혼을 하려면 이혼세를 내야 한다. 이렇듯 나라마다 각양 각색의 세금이 있는데 역사적으로 회자되는 희한한 세금 이야기를 소개한다.

`모자를 쓰고 다니는 사람은 세금을 내라`, `수염을 기르려거든 세금을 내라`, `창문이 큰 집은 세금을 더 내라`.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이야기냐고 할테지만 과거 유럽에서는 실제로 그랬다. 18세기 영국에서는 모자세를 만들어 세금을 징수했으며, 이를 어길 시에는 가산세와 형벌을 부과했다. 또 비누세를 만들어 1835년까지 징수했다. 저 유명한 영국의 헨리 8세는 턱수염을 기르는 남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해 악명 높았는데 그의 딸인 엘리자베스 1세까지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아 턱수염세를 걷었다.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도 위생이라는 명분 아래 이 턱수염세를 도입해 시행했다.

영국의 찰스 2세는 1660년부터 가정의 굴뚝 수에 따라 세금을 매겼다. 그러자 시민들은 가짜 벽을 세워 벽난로를 감췄다. 굴뚝세는 1689년에서야 폐지됐다. 굴뚝세가 폐지 돼 세수입이 줄어들자 윌리엄 3세는 1696년 이번엔 창문의 수에 세금을 매겼다. 즉, 창문이 많은 집에서 사는 사람은 부자니까 세금을 더 내라는 것이다. 그러자 주인들은 창문을 벽으로 막아버린다. 이에 따라 공중위생이 악화돼 결핵 등 질병이 증가하게 된다. 결국 런던시는 1851년에 가서야 창문세를 폐지했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창문의 크기에 따라 세금을 달리 매겼다. 그러자 창문의 폭은 좁고, 상하로 긴 형태의 창문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는 프랑스 건축물을 유심히 보면 알 수 있다.

1784년 영국은 프랑스와 식민지 전쟁자금 마련을 위해서 기발한 세금을 신설한다. 이른바 벽돌세다. 벽돌 1000개당 4실링을 내게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벽돌을 크게 만들어 대응했고, 정부는 벽돌의 최대크기를 250㎤로 제한한다. 프랑스에서는 소금세라는 것도 있었는데, 시민들에게 과도하게 소금세를 착취하자 소금 밀수가 성행했을 뿐만아니라 프랑스 대혁명의 원인이 소금세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역사가들도 있다.

민심은 세금에 매우 민감하다. 다른 무엇보다도 서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고대 수메르의 오랜 격언에 따르면, `왕을 섬기거나 주인을 모실 수는 있지만, 가장 무서운 사람은 세리(稅吏)다` 라고 했다. 세금은 위정자가 늘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 항목이다. 로마 제국의 티베리우스 황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좋은 양치기는 양의 털을 깍지 결코 껍질을 벗기지는 않는다`. 한편으론 모든 인간은 세금에서 자유롭지 못 한다. 죽음과 세금만이 영원한 것이다. 신윤식 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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