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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에 현혹되지 않는 본질의 기록자

2019-12-02기사 편집 2019-12-02 14:5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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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사진전 '낡은 시간의 선물 상자'

첨부사진1김홍희 작가가 지난 1일 대전 동구 작은창풍경 갤러리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빈운용 기자

'니콘 선정 세계의 사진가 20인', '한국의 이미지 메이커 500인'. 화려한 수식어를 가진 김홍희(60) 사진작가가 지난달 19일부터 대전 동구 중동 '작은창큰풍경' 갤러리에서 사진전을 열고 있다.

12월 첫날 갤러리에서 만난 그는 표정과 몸짓을 동원해 자신이 살아온 삶을 생생히 재현하며 이야기꾼의 노련함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구태여 내세우지 않는 수더분함과 호탕한 유머감각이 매력으로 와 닿았다. .

김 작가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10권이 넘는 책을 출간, 신문사에 7년째 칼럼을 연재중인 글쟁이이기도 하다. 대부분 사진과 글이 함께 실리는데, 둘 중 무엇 하나 뒤처지는 게 없다. 훌륭한 사진이 글을 살리고, 수려한 글이 사진을 빛낸다. 사진과 글에만 빠져있었나 하면, 베레모에 가죽재킷을 두른 패셔니스타이자 모터사이클을 사랑하는 호인이다.

'사진집단 일우'의 리더로 일 년의 반은 국내 곳곳, 나머지 반은 해외를 누비며 책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 이제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후원하는 전시회를 열고, 세계의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짓는 사회환원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

사진=빈운용 기자


그의 작품 시그니처는 화려한 색감을 뺀 흑백이다. 넘쳐나는 화려한 색감이 특징인 쿠바에서 진행한 촬영에서도 흑백만을 고집했다.

"보름동안 쿠바에 머물면서 사진작업을 했어요. 쿠바는 오래된 블루, 그린, 레드가 정말 멋있는 나라여서 사진가 99.9퍼센트가 모두 다 컬러로 발표를 합니다. 그런데 제가 또 약간 삐딱한 놈이잖아요.(웃음) 흑백으로 하면 색에 현혹되지 않고 본질로 들어가게 됩니다. 덩어리와 선이 바로 보이기 때문에 쿠바의 본성, 본질을 파악하기 좋다고 생각해요. 쿠바다운 쿠바. 색에 현혹되지 않은 쿠바를 보여주기 위해서 흑백으로 찍은거죠. 아무튼 쿠바는 아직 열악하기도 한데, 그만큼 매력이 있고 라틴계통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여유있는 정서가 있는 나라입니다."

일본 대학에서 사진을 공부하던 시절, 그의 가방에는 언제든지 공중전화에서 전화할 수 있는 동전과 카메라가 준비돼 있었다. 엄격했던 스승에게 인정을 받고, 중요한 일들을 따내며 전환점을 맞게됐다. 이제는 국내외 사진 지망생들이 우러러보는 그도 작업 때마다 좌절과 극복을 반복하는 과정을 겪는다. 24시간 좋은 사진만 생각하며 몰두하지만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보며 '나는 왜 이럴까'하는 자책감에 휩싸일 때도 있었다고 한다.

"보는 사람들은 잘 못 느끼지만 유명한 사진가들도 수천, 수만장 중에 좋은 거 한장만 골라서 발표하는 겁니다. 출사 다녀와서 찍은 사진들을 확인할 때마다 매일 좌절감을 느껴요. 못 찍은 수많은 사진들 중에 보석을 찾아가는 과정이거든요. 그러다 괜찮은 사진 한장 나오면 "역시 난 대단해" 스스로를 공중부양 시키죠. '아 그래도 한장있네 다행이다. 한장으로 어떻게 또 살아봐야지'하면서 사진전 열고, 책이 또 한권 나오고 하면서 여기까지 온 겁니다."

60세를 넘긴 40년 경력의 장인이지만 김홍희 작가는 예전 것만 고집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의 인기로 누구나 사진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 반갑다고 한다. 직접 찍고, 편집한 동영상을 올리는 유튜브 채널 '김홍희 채널'은 오픈 4개월만에 구독자 8600명을 넘어섰다.

"SNS에 하루에도 수많은 사진들이 올라오는 현상은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해요. 노래방이 들어온 지 30-40년 됐더니 전국민이 가수됐잖아요. 이제는 '전국민의 사진가화' 인 거죠. 얼마나 멋있어요. 예전에 사진은 보관, 소장이었지만 요새는 그냥 사진이 '소비'입니다. 사진 3초 동안 보고, 버리죠. 뭘 찍는지 기억도 못해요. 그런 식으로 소비되는 중에 소비할 수 없는 시간, 현상을 찍어놓으면 그게 작품이거든요."

사진=빈운용 기자


국문학, 사진, 철학 등 5개 전공을 하며 다방면으로 공부한 김홍희는 철학가이자, 시인이기도 하다. 사진가인데 철학가라니 생뚱맞아 보이지만 '마음공부'가 먼저라고 강조한다.

"그림도 마음이 안 좋으면 선이 거칠어지고 날카로워지기 마련이죠. 사진도 아닐 것 같지만 똑같거든요. 사진은 두가지 공부가 있는데, 하나는 사진기 공부고, 하나는 정신 공부입니다. 그런데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사진기술 공부만 하죠. 사진기 공부가 끝이 났으면 그때부턴 정신세계 공부거든요 지리산, 계룡산 멋있어!' 하고 찍는데 '왜 찍냐'에 대한 답을 못한다. 이쪽 공부를 해야 진짜배기 사진공부가 되는 것이고, 기술적인 것은 전초전인데 여기서 끝이 나니까 나중에 앞이 깜깜해지는 겁니다. 모든 예술은 자신과 만나는 일입니다. 그 감동이 있으면 울림이 생기기 마련이고, 이걸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한국땅에 많은 사람이 나와야 해요."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건 하나도 안 중요하고, 찍히는 당사자가 날 좋아해야 해요. 무방비상태로 제가 들어가야 합니다. 가드를 치고 들어가면 마음을 안 열어요. 인물사진에서 기가 막힌 사진을 찍는 건 숙련하면 다 되는데 진짜 고수는 '표정과 표정 사이'를 찍습니다. 그게 찍히면 절묘한 사진이 찍히는 겁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작은 미소를 띠며 "계획이 없는 것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홍희 사진전 '낡은 시간의 선물 상자'는 오는 10일까지 대전 동구 작은창 큰풍경 갤러리에서 열린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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